최악 위기 페이스북, ‘메타’로 이름 바꾸고 ‘이미지 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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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보호를 외면하고 폭력·혐오를 조장했다는 내부 고발로 최악의 위기에 처한 페이스북이 28일(현지 시각) 사명(社名) 변경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은 2004년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창업한 지 17년 만에 처음이다. 새로운 사명은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Metaverse)’를 의미하는 ‘메타(Meta)’이다.
이날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온라인으로 열린 연례 행사 ‘커넥트 2021′에 등장해 “페이스북이라는 이름은 우리의 미래는 물론이고, 현재 우리가 하는 다양한 사업조차 대표할 수 없다”며 “이제 메타버스가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란 바탕에 하얀색 F자가 그려져 있는 회사 로고도 무한대를 뜻하는 수학 기호(∞) 모양으로 바꾼다.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뫼비우스 띠와 VR(가상현실) 기기를 형상화했다.
저커버그가 밝힌 메타버스 비전에도 불구하고, IT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이 국면 전환을 위해 회사 이름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리브랜딩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는 간혹 있어 왔다”며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은 (실체는 똑같지만) 화장을 바꾼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메타버스는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
저커버그는 90분간의 행사 동안 메타버스의 정의부터 시작해 관련 서비스, 사용자 사생활 보호 정책, VR·AR(증강현실) 기기 등 산업 전반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보통 빅테크 기업 행사에서는 CEO가 모두 발언을 하고 실무 책임자들이 차례로 연단에 오르는 형식을 취하는 데 비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집념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회사 상황이 급박하다는 뜻이다.
저커버그는 실제 메타버스가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도 공개했다. 직접 메타버스 속에서 펜싱을 했고, 아바타를 통해 동료들과 가상 공간에서 카드 게임을 하는 장면도 보여줬다. 실제 안경과 똑같이 생긴 기기를 끼면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사무 공간이 펼쳐지고,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면 멀리 있는 친구의 모습이 눈 앞에 나타나는 모습도 상영됐다. 그는 “메타버스는 인터넷 클릭처럼 쉽게 시공간을 초월하며 상상하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며 “모바일 인터넷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했다.
회사 이름은 메타로 바뀌지만, 당장 조직상으로 변화는 없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은 계속 기존 이름으로 서비스된다. 페이스북 측은 “오는 12월 1일부터 기존 페이스북 주식은 새로운 이름인 메타(MVRS)로 거래된다”면서 “페이스북의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는 앞으로 ‘메타 퀘스트’로 부를 것”이라고 했다. IT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처럼 메타라는 지주사 아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메타버스 선점 vs. 이미지 세탁
페이스북은 사명 변경에 대해 새롭게 태동하는 메타버스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적 차원이라고 했다. 최근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기반 게임이 인기를 끌고, 기업들이 메타버스 안에서 채용 설명회를 진행할 만큼 전 산업적으로 메타버스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307억달러(약 36조원)인 가상·증강·혼합현실 시장 규모는 2024년 2969억달러(약 3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신산업 전략’만이 사명 변경의 이유라고 보긴 힘들다. 페이스북은 최근 자사 서비스가 10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관한 사실이 드러났고, 페이스북에 넘쳐나는 가짜 뉴스와 혐오 게시물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 정치권과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규제기관은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명 변경이 이런 위기를 타개하고 사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저커버그의 ‘이미지 세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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