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작년보다 더 춥다.. 4가지 지표가 혹한 예고"
때 이른 가을 한파는 누그러졌지만 올겨울 ‘북극 한파’가 몰려온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간 기상 업체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29일 본지 인터뷰에서 “올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평년이나 작년보다 더 추울 것이라는 징후가 많다”고 말했다. 35년 만의 강추위가 닥쳤던 지난 겨울보다 더한 혹한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겨울 날씨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엘니뇨·라니냐와 북극 해빙(海氷) 크기, 북극 진동, 유라시아지역의 눈덮임 면적 등이다. 반 센터장에 따르면 올겨울은 모든 지표가 ‘역대급 한파’를 가리키고 있다. 반 센터장은 라니냐의 영향으로 겨울철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 지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게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는 해는 세계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 등 이상 기후가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의 겨울은 추운 경향을 보인다. 반 센터장은 “10월 현재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0.8도가량 낮은 상태”라고 했다.
북극 얼음도 평년보다 많이 녹았다. 반 센터장은 “북극 해빙 전체로 보면 작년이나 재작년보다는 적게 녹았지만, 우리나라 겨울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바렌츠-카라해와 동시베리아해의 얼음은 특히 많이 녹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의 얼음이 얼지 않으면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인 우랄 산맥 부근에 단단한 공기 덩어리가 생길 수 있다”며 “북극 한기가 러시아 내륙으로 가지 못하고 한반도 쪽으로 내려오기 쉬운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라고 했다.
추운 겨울을 가리키는 또 다른 지표는 ‘음(-)의 북극 진동’이다. 북극의 찬 공기 소용돌이는 수십 일 또는 수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데, 소용돌이가 약해지면 북극 진동 지수가 음을 나타낸다. 반 센터장은 “이는 극지방의 한기를 단단하게 가두던 제트기류가 느슨해지면서 한반도까지 한기가 내려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라며 “지난 9월부터 북극 진동이 음의 값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 겨울 ‘북극 한파’도 음의 북극 진동에서 비롯됐다. 마지막 지표는 유라시아 대륙의 눈덮임이 평년보다 많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지면이 냉각돼 시베리아 고기압을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우리나라 겨울이 추울 가능성이 더 커진다.
기상청도 지난 22일 여러 기상 요소를 분석해 내놓은 ‘3개월 전망(11월~내년 1월)’에서 월별 평균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이 80%라고 내다봤다.
기상청이 지난 4월 발표한 한반도 기후변화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겨울은 100여년 전에 비해 5일 늦게 시작되고 기간도 22일 짧아졌다. 반면에 여름은 20일 정도 길어졌다. 겨울이 짧아졌지만 추위가 덜한 것은 아니다. 반 센터장은 이를 두고 “지구 온난화의 역설”이라고 했다. 북극은 상대적으로 따뜻해지는 대신 북극과 중위도 지역의 기온 차이가 줄어들어 한반도는 추워지기 때문이다.
가을~겨울철 기온이 극단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겨울의 기온 변동 폭은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컸다. 1월 7~10일은 4일 연속 하루 최저 기온이 역대 가장 낮았던 반면 같은 달 21~25일의 최저 기온은 가장 높았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도 “해마다 겨울철 기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겨울이 짧아지고는 있지만 겨울의 테두리 안에서 급격하게 기온이 뚝 떨어지는 극단적인 날씨 변화의 위험은 커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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