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재판증인 "적정 주가는 20만~24만원"

교보생명 외관/사진제공=교보생명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 사이의 풋옵션 가치 산정을 둘러싼 재판에서 적정 주가가 1주당 20만원대 초반 수준에 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진회계법인이 잘못된 정보로 가격을 산출해 풋옵션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어피니티 주요 임직원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의 부정 공모, 부당 이득, 허위 보고 관련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5차 공판이 열렸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의 의뢰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가치평가보고서에 대해 3자적 관점에서 적정성을 검토한 D회계법인 소속 A회계사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날 이뤄졌다. A회계사는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의 오류에 대해 설명했다.

A회계사가 지적한 안진회계법인의 가치평가보고서의 중대 오류는 △가치평가 기준일 △평균주가 적용기간 △경영권 프리미엄 주가 활용 △발행주식 총수 사용 등 크게 4가지다.

풋옵션은 거래 당사자가 사전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계약 상 발생하는 개념이므로, 이를 행사하는 그 순간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날인 2018년 10월 23일을 기준으로 공정시장가치를 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회계사는 또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나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상 상대가치 평가시 평균주가는 기준일 기준으로 길어도 2개월을 넘어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유사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오렌지라이프를 포함했는데, 당시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지주와의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과정이어서 오염된 주가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A회계사는 안진회계법인이 사용한 발행주식 총수 대신 자기주식을 제외한 유통보통주식수 등을 사용해 모든 오류를 바로 잡으면 교보생명의 1주당 가치는 주당 20만8000원에서 24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내재가치(EV)를 활용할 경우에도 당시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의 내재가치비율(PEV)은 0.42~0.47배에 불과했고, 이를 적용한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는 19만원 대에 불과하다고 했다.

앞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풋옵션 행사 당시 평가 기관인 안진회계법인이 교보생명 주식의 1주당 가치를 40만9000원으로 산정했다며, 그에 따른 지분 값을 요구한 바 있다.

"법률비용 대납과 제3자에 대한 면책을 약정한 어피너티와 딜로이트 안진 사이 용역계약서가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A회계사는 "이례적인 것이며 경험해 본 바 없다"고 답했다.

이어 "공개되는 가치평가보고서의 경우 독립적으로 수행해야하므로 의뢰인과 협의를 많이 안하려고 하는 것이 통상적이며, 의뢰인이 원하는 가격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할 경우 여러 법적인 제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FI측 변호인은 "증인에 의해 다른 회계법인에서도 클라이언트와의 의견 교환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법률비용 보전도 통상적인 조항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증인으로 윤열현 교보생명 사장, 조대규 교보생명 전무를 소환할 예정이며 6차 공판기일은 오는 11월 12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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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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