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비판 기사 써도 뭐라 안 했다"

김고은 기자 2021. 10. 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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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배런 전 WP 국장 "독립성이 WP의 정체성이자 브랜드, 오너도 이를 존중"

“워싱턴 포스트(WP)의 핵심은 독립성이다. 우리의 모토는 ‘암흑 속에서 민주주의는 죽는다’이다. 정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외 기관이 하는 일을 명확히 밝히는 게 저널리즘의 목적이다.”

마틴 배런 전 WP 편집국장은 “독립성이 우리(WP)의 정체성이자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묻는다.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WP는 베이조스와 아마존에 관한 강력한 기사를 여러 번 보도했지만, 다행히 베이조스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 우리 스토리를 비판하거나 억누른다거나 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오너가 우리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우린 운이 좋았다”고 했다.

마틴 배런 전 국장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29일 열린 ‘2021 저널리즘 주간’ 행사에서 이소정 KBS ‘뉴스9’ 앵커와의 특별대담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그는 2012년 말부터 WP 편집국장으로 일하다 지난 2월 퇴임했다. 그의 재임 기간 WP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에게 인수되며 디지털 혁신에 성공, 고품질 기사와 유료 구독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공 모델을 만들었다.

마틴 배런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이 29일 '저널리즘 주간' 행사로 열린 이소정 KBS '뉴스9' 앵커와의 특별대담에서 화상 연결로 '뉴스룸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 얘기했다.

‘워터게이트’로 상징되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언론사였으나 늘 경영난에 허덕였던 WP가 지금과 같이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베이조스의 영향이 컸다. 배런 역시 베이조스의 공을 강조했다. 그는 베이조스 인수 이후 아마존으로부터 지원이나 영향을 받았느냐는 이소정 앵커의 질문에 “워싱턴포스트는 베이조스가 개인적으로 투자한 것”이라며 “아마존과는 전혀 관련 없고 서포트(지원)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마존 CEO’로서가 아니라 디지털 혁신가로서 베이조스가 끼친 영향은 컸다. 배런은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아마존이 아닌 베이조스였다”고 했다.

그는 “베이조스는 때론 회의에도 참여하고 자기 지식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주며 전략을 바꿔야 성공한다고 말했고,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지역(워싱턴)에서 오는 재정적 후원금이 줄어든 상태에서 이런 전략들이 도움이 됐다”며 “그런 점에서 베이조스가 우리에게 큰 선물을 줬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WP는 2013년 베이조스 인수 이후 사이트를 방문해 기사를 읽는 디지털 독자(reader) 수가 3배 이상 늘어 9000만명을 넘어섰고, 디지털 유료 구독자(subscriber)는 300만명을 넘었다. 배런은 “따로 비법은 없다”고 했다. 다만 “우리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면서 “좀 더 편안하고 캐주얼한 스타일로 다가가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굉장히 복잡한 스토리를 엄마에게 설명한다고 가정해보자. 엄마에게 신문 기사를 읽는 것처럼 얘기한다면 ‘누가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 하고 반문할 것”이라며 “우리 스토리를 덜 형식적인 방식으로,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처럼 기사를 작성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도 언론사에서 근무한 적 없는 사람을 공유하고 미디어팀을 꾸려 우리만의 지식을 쌓아나가자고 했다. 또 다양한 플랫폼에서 성공할 방법을 찾았다. 페이스북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글 검색에서 성과를 늘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을 생각하고 완전히 새로운 전담팀을 꾸려 모든 사람의 새로운 지식을 가져왔다. 덕분에 성과도 훨씬 좋았다”고 덧붙였다.

“트래픽 성공 요인 될 수 없어…구독모델로 가야”

배런 전 국장은 “구독모델이 옳은 길”이라고도 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더 이상 트래픽이 성공의 결정 요인이 아니다. 유료 구독모델 쪽으로 조금 더 옮겨갔다”면서 “클릭수에 좌우되는 스토리는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기사일 거다. 차별화된 저널리즘을 우리가 제시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스토리가 구독으로 이어지는지, 구독자가 뭘 읽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디지털 시대에 가장 요구되는 리더의 덕목으로 “윤리의식과 진실성”을 꼽으며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미래를 위한 리더”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의 리더는 저널리즘이란 커리어의 핵심을 추구하는 사람이길 원한다. 어떤 부담과 압박이 있는 진실을 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면서 “우리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저널리즘의 핵심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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