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쓰레기의 위력..완두콩만큼 작아도 수류탄급 [Science]

이새봄 2021. 10. 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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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쓰레기란
폐인공위성 부딪쳐 파편 발생
계속 잘게 쪼개져 지구 맴돌아
우주 쓰레기 무게만 약 9000톤
얼마나 위협적인가
초속 7.5km로 총알속도의 7배
부딪힐수록 속도 더 빨라져
유인 우주선 시대의 최대 위협
지구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중력 이끌려 대기권 들어오면
대부분 불에 타서 소멸하지만
온난화에 지구보호막 구멍 숭숭
지난 21일 우주로 향한 누리호의 발사 시간을 결정하기 위한 두 가지 요소는 '기상'과 '우주 물체 충돌 위험'이었다. 바람과 낙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사 시간을 정하면서 누리호가 탑재한 위성 모사체가 700㎞ 상공까지 올라가고 궤도에 안착하기까지 과정에서 우주 물체와 충돌할 가능성이 없는지도 철저히 계산해야 했기 때문이다.

과거 우주 물체는 우주 공간에서 사용하기 위해 설계·제작한 물체를 일컫는 말이었다. 발사체와 인공위성, 우주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 우주 물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은 이들이 아닌 '우주 쓰레기'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구를 돌고 있는 우주 물체 가운데 95% 이상이 궤도 파편, 즉 우주 쓰레기다. 역할을 다해 더 이상 지구와 교신하지 않는 위성들,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후 지구로 귀환하지 않는 발사체의 마지막 단, 이들이 부딪히면서 쪼개진 수많은 파편이 빠른 속도로 지구 주변을 돈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테니스공 크기(지름 10㎝) 이상의 우주 쓰레기는 3만4000개에 달한다. 1㎝~10㎝ 크기 파편은 90만개 있고, 마이크로미터(㎛) 크기 파편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의 무게를 합치면 9000t에 달한다. 이미 지구 저궤도 중에서 900~1000㎞ 구간, 1500㎞ 구간은 임계밀도를 돌파한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작다고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누리호가 700㎞ 상공까지 비행하는 데 성공했지만 위성 모사체를 올려놓지 못한 이유는 궤도에 안착하기 위한 목표 속도인 초속 7.5㎞에 도달하지 못하고 6.7㎞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700㎞ 저궤도에 안착한 채 끊임없이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들은 초속 7.5㎞ 이상 속도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총알 속도의 7배에 달한다. 우주를 떠돌고 있는 1㎝ 크기 알루미늄 조각은 1.5t 무게 중형차가 시속 50㎞로 부딪히는 것과 같은 파괴력을 갖고 있다. 수류탄 폭발 크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외부 충격이 더해지면 파편은 이보다 더 빠른 속도를 갖게 된다.

1997년 1월 22일 미국 텍사스주 조지타운 근처에 착륙한 델타2 발사체 추진제 탱크. [사진 제공 = NASA]
유인 우주선 시대가 다가오면서 이러한 우주 쓰레기는 더 이상 남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우주로 향하는 우주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살상무기가 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지구의 몸살'인 기후위기가 우주 쓰레기 양을 급격히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4월 ESA 주재로 열린 '유럽 우주 쓰레기 회의'에서는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권 상부 공기층 밀도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천연 우주 쓰레기 청소부'인 대기가 우주 쓰레기를 태워버리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론적으로 인공위성은 지구 중력과 원심력 간 평형을 이루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영원히 같은 궤도로 공전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성의 원운동을 방해하는 '궤도 섭동력'이라는 힘이 작용해 궤도가 조금씩 틀어진다. 지구가 완전히 둥글지 않고 타원형이기 때문에 중력이 일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태양풍 같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를 맞아 궤도가 뒤틀리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인공위성이 가동되는 동안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수시로 궤도를 조정·제어해야 한다. 높은 궤도에 있을수록 수명이 길어서 정지궤도 위성의 수명은 10년, 저궤도 위성은 3~5년으로 보고 있다. 보통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은 지구 중력에 이끌려 고도가 낮아지다가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자유 낙하하며 불타 사라진다. 고도 1000㎞ 아래에 있는 저궤도 위성은 대기권에 진입하기까지 1년 정도 걸린다. 3만6000㎞에 위치한 정지궤도 위성은 대부분 임무가 종료되면 스스로 추락해 자폭하도록 설계돼 있다.

추락하는 인공위성은 고도 80㎞ 인근에서 대기권과 만난다. 이때 추락 속도는 시속 2만5000㎞로 총알보다 10~20배 빠르다. 엄청난 속도에 따른 마찰열 때문에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인공 우주 물체 대부분이 전소된다.

하지만 매슈 브라운 영국 사우샘프턴대 우주물리학과 박사 연구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는 대기권 상부층의 밀도를 감소시키고, 이 때문에 마찰로 인한 우주 쓰레기 소실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는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층권과 열권 냉각의 주범이기도 하다. 지구의 대기는 지상에서 10㎞까지의 대류권, 10~50㎞ 고도의 성층권, 50~80㎞ 고도의 중간권, 80~1000㎞ 상공의 열권으로 나뉜다.

지구는 태양에서 받은 복사열을 바깥으로 내보낸다. 하지만 지표 가까운 곳, 즉 대류권에서 늘어난 온실가스가 지구의 복사에너지를 흡수하다 보니 성층권은 역으로 추워지는 것이다. 두꺼운 이불을 덮으면 이불 속(대류권)은 따뜻하지만, 이불 밖(대류권 밖)은 차가워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같은 이유로 중간권과 열권은 더 빨리 차가워진다.

기체는 온도가 떨어지면 부피가 줄어든다. 기체의 부피는 온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를 샤를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기체의 부피가 줄어들다 보니 대기의 밀도 역시 감소한다. 이미 2000년 이후로 400㎞ 상공 열권의 대기 밀도는 20년 새 21% 줄었다. 2100년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 수준이 현재의 두 배까지 늘어날 경우 400㎞ 상공의 대기량도 80%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추측이다. 이로 인해 우주 쓰레기들이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지지 않고 궤도에 머무는 '궤도 수명'은 40년 더 증가할 수 있다. 지구 주변을 도는 우주 쓰레기 양이 50배나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경고다. 논문에 참가한 휴 루이스 사우샘프턴대 우주물리학 박사는 "우주 쓰레기 양이 50배 이상 급증할 수 있다는 숫자는 '경고' 그 이상"이라고 밝혔다.

늘어난 우주 쓰레기는 궤도에서만 맴도는 게 아니다. 대기 마찰로 완전히 불타지 못한 우주 쓰레기는 지구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대기 상층부 밀도가 낮아지면 이 위험 역시 더욱 커진다. 지난 5월에는 중국이 우주 정거장 구축에 필요한 핵심 모듈인 톈허를 발사체 창정 5B에 실어 보냈는데, 창정 5B 상단부가 통제 불능 상태로 떨어졌다. 대부분이 대기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타버리고 일부만 아라비아해에 추락했지만, 미국 뉴욕 등 대도시 추락 위험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2009년 영국의 한 가정집 지붕을 뚫고 들어온 금속 덩어리는 1969년 발사한 아폴로12호 잔해물로 확인되기도 했다.

2011년 10월에는 2.5t에 달하는 독일 연구용 위성 '로사트' 일부가 대기권에서 소실되지 않고 인구 2000만명인 베이징 인근으로 돌진하다가 바다로 비켜 가는 상황이 연출돼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당시 ESA는 소실되지 않은 로사트 일부가 시속 480㎞로 베이징을 강타했다면 대참사를 빚을 뻔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11월에는 ESA 인공위성 고체가 추락 10분 전 지상 100㎞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까지 한반도를 향하면서 국내 연구진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 우주 쓰레기는 다행히 한반도 상공을 지나 호주 서쪽 인도양과 남극, 남미 인근 해상에 추락했다.

지난 50년간 지구로 떨어진 인공 우주 물체 파편은 총 5400t으로 추정된다. 이들 물체가 땅에 닿을 때 속도는 시속 30~300㎞다. 우주환경감시기관에 따르면 2005년 우주 물체가 지구로 떨어진 횟수는 215회였지만 2011년 503회, 2014년 678회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325회, 2020년엔 405회를 기록하는 등 매년 300개 이상의 우주 물체가 지구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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