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권경원, "제 골로 전북이 1위..의도치 않은 120점 경기"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성남FC 수비수 권경원의 시즌 첫 골은 여러 나비효과를 낳았다. 이 득점 덕에 성남은 잔류 경쟁에 힘을 실었고, 친정팀 전북은 2위에서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권경원은 지난 24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K리그1 정규라운드 최종전 성남-울산현대전에 출전했다. 킥오프 직전 순위는 성남이 11위, 울산은 1위. 객관적인 전력상 성남이 밀릴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으나 이날만큼은 아니었다. 성남은 전반 29분 권경원의 헤더골과 후반 26분 김태환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2-1로 승리했다.
강등권에서 힘겨운 생존 싸움을 펼치는 성남은 귀한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순위 변동은 없었다. 잔류 경쟁팀 인천유나이티드, FC서울, 광주FC가 나란히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날 하위권 팀들이 상위권 팀들을 잡는 이변이 동시에 발생했다. 그 덕에 K리그1 잔류 및 우승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울산전 선제골 주인공 권경원은 28일 ‘마이데일리(MD)’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시즌 첫 골, 파이널 라운드 돌입,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MD: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이 터졌다.
“이스칸데로프의 크로스가 너무 좋았다. 공에 머리만 갖다 대자는 생각이었다. 골이 들어갔지만 오프사이드인 줄 알고 부심을 쳐다봤다. 깃발을 안 들고 있더라. 골인 걸 알고 좋아하기엔 타이밍이 늦었다. 이젠 파이널 B에 있는 팀들 모두 비슷한 입장이다. 앞으로 남은 5경기가 중요하다. 울산전 승리에 젖어있을 수 없다.”
MD: 성남 이적 3개월 만의 첫 골이다. 성남은 팀 득점이 적어서(33경기 30골) 수비수 득점이 더욱 중요하다.
“득점으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수비에서 (마)상훈이와 (이)종성이도 골을 자주 넣는다. 공격수 쪽에서 득점이 더 나오면 좋겠지만 누가 골을 넣든 팀이 이기면 좋다.”
MD: 베테랑 김영광과 김남일 감독이 “권경원 덕분에 팀원들이 많이 배운다”라고 칭찬한다. 후배들에게 어떤 걸 가르쳐주는가.
“후배들에게 얘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조언도 하다 보면 잔소리가 될 수 일다. 말보다는 경기장에서 한 발 더 뛰고 솔선수범하려고 한다. 말보다 큰 울림이 있다. 굳이 제가 아니어도 (김)영광이 형, (권)순형이 형이 솔선수범한다. 김남일 감독님은 크게 부담을 안 준다. 다들 알아서 잘 한다.”
MD: 성남에는 어린 선수가 많다. 눈에 띄는 후배가 있다면?
“성남에 와보니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아직 기회가 없어서 경기에 못 뛰지만 훈련 때 놀라게 하는 선수들이 있다. (최)지묵이, (전)승민이, (김)기열이, (김)민우, (홍)시후 다 잘한다. 그중에서도 지묵이랑 친하게 지낸다. 알면 알수록 장점이 많은 선수다.”
MD: 우승 경쟁하던 팀(전북)에서 뛰다가 잔류 경쟁하는 입장이 됐다. 둘의 차이를 비교한다면?
“간절함의 차이는 비슷하다. 전북에서는 우승 못하면 실패였다. 지금은 강등당하면 실패인 팀이다. 실패라는 단어 앞에서 간절함이 커진다. 어떤 게 더 중요한지 말하기 어렵다.”
MD: 성남이 울산을 잡으면서 순위 경쟁이 더욱 재밌어졌다. 친정팀 전북은 제주전(2-2)에서 비겼음에도 1위가 됐다.
“밖에서 보시는 팬, 미디어 분들은 재밌을 거 같다. 저희는 살 떨린다. 우승 후보 울산을 이겨서 너무 기분 좋았다. 그런데 다른 팀도 다 이겼다는 소식 듣고 ‘모두 간절하구나’ 느꼈다. 오히려 다른 팀들이 ‘성남이 울산을 잡았어?’라며 허탈했을 것 같다. 이젠 저희만 잘하면 된다. 그리고 성남이 이겨서 전북이 1위가 됐다. 개인적으로 100점짜리 경기였는데 의도하지 않게 120점이 된 기분이다.”
MD: 11월에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UAE전(홈), 이라크전(원정)이 있다. 준비는 잘 되어가는가?
“9월, 10월 A매치는 뛰지 못했지만 대표팀에 소집될 때마다 개인적인 다짐이 있다. 모두가 큰 책임감 갖고 준비한다. 대표팀 내부에서 준비를 잘하고 있다. 11월 A매치도 오직 승리만 생각한다. 선수들끼리 소통도 많이 한다. 경기력으로 재미를 드리고 싶다.”
MD: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마지막에 엔트리에서 떨어졌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더욱 욕심이 날 것 같다.
“월드컵은 선택된 선수만 갈 수 있다. 저번엔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갔다. 아쉬웠지만 실망하진 않았다. 단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됐다. 내년에 있을 카타르 월드컵도 당연히 가고 싶다. 제가 대표팀에 도움이 되어야 갈 수 있다. 제 할 일 잘하면 벤투 감독님께서도 좋게 봐주실 것이라 믿는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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