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분 KT 먹통사태의 이유.."밤에 작업하기 귀찮아서"

차현아 기자 2021. 10. 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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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결과 지난 25일 89분간 KT 유무선 통신망이 마비된 먹통 사태는 네트워크 작업 관련 기본원칙이 모두 무너진 결과였다.

특히 대낮에 KT 협력사 직원끼리만 국가 기간통신망의 핵심 통신장비를 교체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밤에 작업하기 귀찮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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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KT 네트워크 장애 원인분석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1.10.29/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결과 지난 25일 89분간 KT 유무선 통신망이 마비된 먹통 사태는 네트워크 작업 관련 기본원칙이 모두 무너진 결과였다.

특히 대낮에 KT 협력사 직원끼리만 국가 기간통신망의 핵심 통신장비를 교체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밤에 작업하기 귀찮다는 것이었다. KT 직원이 자리를 비운 건 '다른 일 때문에 바빠서' 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들 조차 "중요한 장비교체는 밤에 해야 한다는 건 신호등에 파란 불이 켜지면 건너야 한다는 수준의 기본 원칙"이라며 "이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KT 유무선 네트워크 장애 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장비교체로 승인받은 시간은 당초 심야시간(26일 오전 1~6시)이었지만, KT 소속 관리자와 협력업체 작업자 간 합의 하에 심야에서 하루전인 25일 오전으로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교체 작업 중간인 오전 11시 16분께부터 네트워크 장애가 시작돼 낮 12시 45분까지 89분간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장비 교체 시간이 심야에서 낮으로 옮겨진 탓에, 그것도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오전이라 더 피해가 커졌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국장은 KT가 작업시간을 임의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KT와 협력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단순히 밤보다 낮에 하는 작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렇게 옮긴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T 관리자와 협력사 직원 양측이 모두 합의 하에 시간을 옮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KT와 현장직원의 작업 편의 때문에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기업, 자영업자 등의 업무가 가장 바쁜 월요일 낮부터 점심시간까지 국가 기간통신망이 고스란히 멈춰선 것이다.

심지어 작업 현장에는 KT 직원 등 관리자 없이 협력업체 직원만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유무선 네트워크에 장애를 발생시킬 수 있을 정도의 중요한 작업과 시설을 KT 직원이 아닌 외부 협력사에 오롯이 맡긴 것이다. 홍 국장은 왜 KT 관리자가 자리를 비웠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다른 업무가 있어 자리를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장애는 당초 알려진 대로, 협력업체 직원이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과정 중 프로토콜을 종료하는 'exit' 명령어 입력을 빠뜨린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명령어가 누락된 사실은 작성 과정은 물론, 사람이 직접 검토하는 사후검증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또 KT 직원은 작업 현장에는 없었지만 스크립트 오류검증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협력업체 직원만의 실수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과기정통부는 그러나 KT의 관리 부실에 대한 제재조치 등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법에는 명확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홍 국장은 "현재로선 이용자 피해보상 방안과 약관 개정 등이 최선"이라며 "이외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허성욱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네트워크 작업 시 야간에 한 두 시간 정도 테스트를 한 뒤에 서비스를 오픈하는게 기본 상식"이라며 "이런 부분까지 정부기 일일이 규제해야 하는지도 당황스럽고 기본을 안 지킨 것에 대해 어디까지 제도화해서 관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허탈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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