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어 하나 때문에".. KT 통신망 대란 원인 '작업자 실수였다'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 25일 KT 통신망 마비 사태가 작업자의 실수로 발생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진=뉴스1

정부는 지난 25일 KT 통신망 마비 사태가 작업자의 실수로 발생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발표에 따르면 KT 부산국사에서 한 작업자가 기업 망 라우터(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치) 교체 작업 중 잘못된 설정 명령을 입력하였고 이후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로 인해 전국적인 유무선 인터넷 접속 장애가 일어났다.

과기정통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KT 통신망 장애 원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정보보호, 네트워크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고조사반이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25일 오전 11시20분쯤부터 11시57분쯤까지 37분 정도 전국 KT 유·무선 인터넷에 일시적안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이날 낮 12시45분 완전히 정상화됐지만 KT는 사태 초기 원인을 디도스로 섣불리 발표했다가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로 정정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에 사고조사반은 정확한 장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DNS서버에 발생했던 급격한 트래픽 증가가 분산서비스거부공격(DDoS)이었는지 ▲라우팅 오류가 어떻게 발생했고 장애확산이 됐는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사고조사반에 따르면 부산 국사에서 KT 기업 망 라우터 교체 작업 중 작업자가 라우팅 설정명령어 입력과정에서 'exit' 명령어를 누락했다. 이 때문에 통상 1만개 내외 내부 라우터 사이 경로 정보를 주고받는 'IS-IS 프로토콜'에 외부 라우터와 경로 정보를 주고받는 BGP 프로토콜의 정보가 잘못 전송돼 오류가 발생했다.

당시 KT는 네트워크에 IS-IS 프로토콜이 잘못된 데이터를 전달할 경우 수습할 수 있는 안전장치 없이 전국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었다. 결국 한 라우터의 잘못된 라우팅 경로 업데이트로 인해 '30초' 만에 통신망 마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다만 IPTV 서비스망과 음성전화·문자 서비스망은 인터넷 서비스 망과 별도로 구성돼 피해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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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사 결과 KT 관리상 문제 드러나… 정부 "단기·중장기 대책 마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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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9일 'KT 통신망 마비' 사태의 원인을 발표하면서 KT의 관리적·기술적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25일 KT 광화문 지사의 모습. /사진=뉴스1

이번 조사에서는 KT의 관리적·기술적 문제점들도 언급됐다.

KT네트워크관제센터는 통신망 마비 사태 다음날인 26일 오전 1시부터 6시 사이에 진행하는 '야간작업'을 승인했다. 하지만 KT 협력업체 작업자들이 작업 관리자 없이 전날인 25일 오전 중 라우팅 작업을 수행한 것도 방치됐으며 네트워크가 연결된 채로 작업이 이뤄졌다.

여기에 스크립트에서 명령어가 누락됐지만 스크립트 작성 과정과 사전 검증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했다. 1, 2차에 걸친 사전검증 단계가 존재했으나 사람이 직접 검토했기 때문에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KT에는 네트워크가 차단된 가상 상태에서 오류 여부를 사전에 발견하기 위한 가상 테스트베드가 없었다"며 "또 지역에서 발생한 오류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부재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주요 통신사업자 네트워크의 구조적인 대책이 담긴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은 단기대책과 중장기대책을 아우른다.

단기 대책으로는 주요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네트워크 작업체계, 기술적 오류확산 방지체계 등 네트워크 관리체계 점검 ▲네트워크 작업으로 인한 오류여부를 사전에 진단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시스템 도입 ▲승인된 작업계획서의 내용 및 절차가 준수되는지에 대해 네트워크관제센터에서 기술적 점검 체계를 구축 ▲라우팅 작업 시 한 번에 업데이트되는 경로정보 개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예정이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주요통신사업자의 통신장애 대응 모니터링 체계 강화, 네트워크 안정성과 복원력을 높이는 기술개발, 안정적인 망 구조 등 네트워크의 생존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인 방안이 마련될 계획이다.

KT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에 대한 현황을 조사하고 피해구제 방안 마련을 추진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용자 피해구제 방안 이행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방통위에서는 통신장애가 발생하면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를 위한 법령과 이용약관 등 개선방안 마련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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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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