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매각결렬 빌미된 '백미당', 왜 포기 못했나

박미주 기자 2021. 10. 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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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회장 부인 이운경 고문이 애정 쏟은 디저트 카페 브랜드.. 코로나19 등에 적자 상태인 것으로 전해져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 인근에 위치한 '백미당 공방' 입구 팻말/사진= 박미주 기자

남양유업의 경영권 매각이 결렬된 가장 큰 이유로 디저트 카페 브랜드인 '1964백미당'이 꼽히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언급했던 주식매매계약 이행의 선결조건에 백미당을 필두로 하는 외식사업부 분사가 있었던 사실이 법원 판결문을 통해 확인됐다. 구두로 나눈 사전 합의 사항 이외에 외식사업부 분사와 오너일가 예우 등이 있었지만 이게 지켜지지 않으면서 홍 회장이 마음을 바꾼 셈이다.

홍 회장이 외식사업부 분사를 원한 이유는 그만큼 백미당을 향한 애정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그의 부인인 이운경 남양유업 고문이 백미당 브랜드를 만들 때부터 사업에 깊이 관여하며 남다른 애착을 보여왔다. 현재 백미당을 포함한 남양유업의 외식사업부문 실적은 코로나19(COVID-19) 등 여파로 적자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29일 법조계,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송경근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27일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과 이운경 고문, 홍 회장의 손자 홍승의군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열린 남양유업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말라며 이를 어길 시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에 100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판결문에선 그동안 홍 회장이 매매 계약 해제 근거로 내세운 선행조건이 무엇인지 상세히 드러났다. 법원은 "주식매매계약 선행조건으로 외식사업부 분사와 오너일가 예우가 확약 사항이 되기 위해서는 절차와 방법, 조건 등에 대한 상세 합의가 필요하지만 계약서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또 "채무자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외식사업부 분사와 일가 임원진 예우에 대한 조항을 선행조건으로 확약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964백미당' 플래그십 스토어인 '백미당공방' 매장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박상빈

홍 회장이 원했던 외식사업부는 사실 현 상태로 보면 크게 매력적이진 않다. 외식사업부 내 브랜드는 백미당과 이탈리안 음식점 '일치프리아니', 철판외식점 '철그릴' 등 4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국내 지점수가 73개인 백미당이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외식사업부는 현재 코로나19로 적자 상태이고 그 전에도 수익이 크게 남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식사업부 매출이 포함된 남양유업의 기타부문 매출 또한 2018년 2514억9800만원에서 2019년 2431억2800만원, 지난해 2220억1800만원으로 감소세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외식 사업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당사 외식 사업도 동일한 사항"이라며 "외식사업부 적자폭이 커지며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와 불매운동 등으로 남양유업의 영업적자폭은 커졌다. 연결 기준 지난해 남양유업의 영업손실은 771억4500만원이었고 올 상반기에도 349억7400만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 325억2800만원 대비 손실폭이 커졌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그럼에도 홍 회장이 외식사업부 분사를 원한 것은 백미당을 향한 애착 때문으로 평가된다. 이 고문은 백미당 매장의 디자인, 소품 구입까지 손수 공을 들였다. 일부 매장 소품엔 주문자인 이 고문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에 사내 일부에선 백미당을 '사모님 사업'이라 보기도 했다. 홍 회장의 차남인 홍범석 상무도 백미당 브랜드 출시에 참여했고 외식사업본부장을 맡으며 백미당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일각에선 백미당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점도 외식사업부 분사 조건의 이유로 추측하고 있다.

2014년 9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1호점을 낸 백미당은 유기농 우유를 넣은 아이스크림이 대표 메뉴다. 모두 직영점으로 구성돼 있다. 해외로도 진출했다. 2017년 홍콩에, 2019년엔 중국 상하이 매장을 내기도 했다. 당시 남양유업은 국내 100개, 중국엔 250개로 매장수를 늘리겠단 목표치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남양유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김승언 경영혁신위원장을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해 경영을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승언 경영혁신위원장은 회사 전반의 경영 혁신 활동 추진을 위해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통해 경영혁신위원장에 선출됐다. 홍 회장을 제외한 오너 일가 사내이사들은 사임할 예정이다. 장남 홍진석 상무와 모친인 지종숙 이사다. 이광범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1명도 사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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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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