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플랫폼 유튜브, 자의적 서비스 삭제로 큰 피해
기사내용 요약
영국 좌파 언론 매체 노바라, 이유 설명 없이 삭제
언론과 의회에서 관심 갖자 실수라며 서비스 복구
비영어권 콘텐츠 제작자들은 항의하기도 힘들어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구글사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가 여러 이유로 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서비스를 삭제하는 과정에서 큰 피해를 보는 동영상 제작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가 전한 사례다.
영국에서 유튜브를 통해 기후변화, 자본주의, 사회정책 등의 이슈를 다뤄온 좌파 언론 매체 노바라 미디어(Novara Media)는 지난 26일 아침 유튜브로부터 "유튜브 채널에서 삭제됐다"는 이메일 통보를 받았다.
17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가지고 운영되던 이 매체는 하루 아침에 아무런 경고도 받지 못한 채 전달 매체를 빼앗겼다. 뉴스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당장 생존이 가능할 지 걱정을 해야 했다.
노바라의 객원 에디터 애시 사르카르는 과자공장을 개조한 원룸 형태의 노바라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린 이 거대 플랫폼 위에서 독립 언론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처럼 무기력하다는 느껴야 하는 건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튜브는 매 시간마다 약 2000개의 서비스를 삭제한다. 스팸, 잘못된 정보, 사기, 누드, 증오 발언 등 유튜브의 내부 정책에 위배된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삭제하는 규정이 불분명해 자의적으로 삭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노바라의 경우처럼 실수에 의한 것도 꽤 있다. 정책 전문가들은 노바라의 사례가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가 직면하고 있는 까다로운 표현의 자유 문제를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게이트키퍼 담당자는 여러 방향에서 비판을 받는다.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정치 세력들이 유튜브가 불공평하게 자신들을 차단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유튜브가 불법적 콘텐트와 잘못된 정보를 확산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회단체들도 있다.
그렇지만 노바라처럼 두가지 중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노바라측의 항의를 받은 뒤 유튜브는 몇 시간 뒤 실수였다면서 노바라 채널을 복원했다. 그러나 유튜브에 있는 많은 독립 언론인, 활동가, 창작자들이 노바라처럼 운이 좋지는 않다. 특히 유튜브가 반대파 콘텐트를 제거하라는 당국의 압박을 많이 받는 벨라루스, 러시아, 터키와 같은 국가들과 채널 운영자가 언어와 문화적 이유로 유투브에 충분히 의사 전달을 하기 어려운 경우 그렇다. 전세계에서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동영상은 매 1분마다 500분 분량이며 대부분 영어가 아닌 언어로 돼 있다.
미 컬럼비아대 수정헌법 1조 나이트 연구소의 연구원인 이블린 두에크는 "그렇게 엄청난 양의 콘텐트를 통제할 수단을 마련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유튜브는 페이스북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거대한 괴물"이라고 말했다.
유튜브가 노바라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노바라가 유투브의 공동체 가이드라인을 "반복해서 위반"했다고만 돼 있었다. 뭐가 문제였는지는 노바라 직원들이 상상에 맡겨졌을 뿐이다.
유튜브는 대부분 서비스를 삭제하기까지 '쓰리 스트라이크 아웃' 방식을 적용한다. 그러나 노바라가 유튜브의 경고를 받은 것은 한 번 뿐으로 백신 반대 시위자들을 다룬 뉴스 보도 때문이었다. 더구나 유튜브는 경고를 철회하기까지 했었다. 노바라의 채널이 삭제되는 순간에 방영되고 있었던 뉴스는 하수정책에 대한 보도로 유튜브가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유튜브는 노바라 가입자가 10만명에 달했을 때 실버 명판을 주기도 했다.
노바라측은 유튜브의 조치가 일부 우파 단체들의 고의적인 반복 항의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르카르 편집자는 트위터 팔로워가 35만명에 달하며 인종주의자와 성차별주의자로부터 자주 공격당한다. 이들 단체들이 프로그램을 가동해 유튜브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함으로써 서비스를 삭제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유튜브측에 항의를 했던 노바라측은 항의가 먹히지 않자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에 자신들이 삭제됐음을 알렸고 이것이 영국 언론과 의회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자 몇 시간 만에 노바라의 채널이 복원됐다.
뒤에 유튜브측은 노바라가 스팸으로 잘못 인식됐다고만 밝히고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뒤 발표한 성명에서 "매일 업로드되는 수백만 시간에 달하는 동영상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다"고만 밝혔다.
노바라측은 자신들은 유튜브의 규칙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왔다면서 자신들의 모든 동영상을 전적으로 유튜브에 올리고 있으며 런던의 유튜브 스튜디오를 사용해 제작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노바라 수입의 92%가 유튜브에서 서비스를 본 시청자들의 기부금이다.
노바라의 "티스키수어(Tyskysour)" 코너를 진행하는 마이클 워커는 "유튜브가 모든 걸 독점하고 있고 대안이 없다"면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 가면 시청자를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루퍼트 머독이 운영하는 더 선(The Sun)이 우파를 대변하는 만큼 노바라는 좌파를 대변한다. 노바라는 자주 정부에 맞서는 좌파 언론이며 사르카르 편집자는 자신의 트위터 소개글에 "호사 공산주의"라고 밝히고 있다. 노바라 직원들은 직급에 상관없이 시간당 16.5 파운드(약 2만6600원)의 임금을 똑같이 받는다.
노바라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영국의 독립언론감시(Independent Monitor for the Press)라는 단체 에드 프록터 CEO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가 아무런 경고도 없이 뉴스 콘텐트를 삭제한 것이 최소 다섯번이 넘는다면서 삭제한 이유를 설명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원초적 통제자인 것처럼 자의적으로 행동하는 플랫폼은 큰 문제"라면서 "노바라 미디어에 일어난 것과 같은 일이 갈수록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바라는 지난 26일 자신들의 경험을 오후 5시에 방영되는 스페셜 생방송 프로그램으로 소개했다. 그러자 유튜브측이 "사과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고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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