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석유 공룡들에 기후변화 책임 집중 추궁

美하원 감독개혁위원회 28일 청문회 개최
엑슨모빌·BP·쉐브론·쉘 등 석유 대기업 경영진 참석
민주당 의원들 "위험 은폐 및 대중 오도" 강력 비판
"1977년 기후변화 영향 인지 불구 화석연료 생산 확대"
석유기업 경영진 관련 혐의 부인..공화당도 두둔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의회가 세계적인 대형 에너지 기업들을 불러 모아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이들 기업이 수십년 전부터 화석연료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정보를 은폐하고 생산을 확대해왔다는 지적이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엑슨모빌, BP아메리카, 쉐브론, 로열더치쉘(이하 쉘) 등 글로벌 석유·가스 공룡들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들이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미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 나란히 출석했다. 청문회엔 미국석유협회(API), 미 상공회의소 등의 수장들도 동석했다.

청문회는 오는 31일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를 사흘 앞두고 열렸다. 비록 원격이긴 하지만 미 최대 석유 그룹들의 고위 경영진이 의회 청문회에 한 데 모여 기후변화를 야기한 기업의 역할 및 책임에 대해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대형 석유기업들이 수십년 동안 화석연료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배포하거나 제품 위험을 숨기는 등 대중을 오도해 왔다며, 결과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약화시켰다고 강력 비판했다.

위원회는 지난달 석유 기업 경영진들에게 보낸 서한에에서도 “해당 업계는 대중을 오도하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 조치를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행동했다”고 적었다.

이들 기업은 최소 1977년부터 기후변화 영향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해 기후변화 의제의 의미와 행동을 퇴색시켰다고 위원회는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주축으로 제기됐으며, 우려하는과학자연합(UCS)이 2015년 석유기업 내부 문건을 토대로 내놓은 보고서를 근거로 활용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70∼1980년대에는 미국석유학회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석유기업 경영진들에게 화석연료 연소로 기후가 바뀌고 있다고 경고하는 등 대응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석유기업들은 해당 사실을 부인했고, 1990년대 들어선 뒤 TF는 조사를 포기하고 팀을 해체했다.

이후 석유 대기업을 중심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로비가 정치권에서 이뤄졌고, 기업들은 화석연료 생산을 옹호하는 싱크탱크 및 단체에 거액을 기부해 기후변화 의제를 축소해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일부 기업의 경우 재생에너지 투자를 연상시키는 방향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재구축하는 등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를 통해 대중을 기만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감독개혁위 의장인 민주당 소속 캐럴린 멀로니(뉴욕) 하원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빅오일(석유 대기업)은 오랜 기간 지구가 기후 재앙의 위기로 내몬 핵심 역할에 대해 책임을 회피해 왔다. 이는 오늘로 끝이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로 카나(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이날 청문회에 대해 “기후위기에 대한 산업 역할에 대한 조사의 시작”이라고 거들었다.

각 기업 CEO 및 경영진들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역할을 부각시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제공해주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능력도 입증했다며 기업들을 감쌌다.

방성훈 (ba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