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SK하이닉스 박정호號' 시스템 반도체 영토확장..SK스퀘어 가속 페달

장유미 2021. 10. 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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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강자' SK하이닉스, 비메모리 사업도 강화..SK스퀘어 성장 지렛대 될 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M&A 승부사'로 불리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다음달 1일 SK스퀘어 출범을 앞두고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성장 동력 확보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SK하이닉스의 사업을 시스템 반도체까지 넓히기 위해 '키파운드리' 인수를 새로운 카드로 꺼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8인치 파운드리 기업인 '키파운드리'의 지분 100%를 매그너스반도체유한회사로부터 5천7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 공시했다. 경영난으로 매각한 지 17년 만에 다시 한몸이 된 것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사진=SK하이닉스 ]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1979년 세워진 LG반도체가 모체다. 1999년 현대전자와 합병한 하이닉스반도체에 소속됐다가 2004년 분사한 매그나칩으로 사업부가 옮겨졌고, 지난해 매그나칩반도체가 회사 파운드리사업부를 분리·매각하면서 현재 독자 사업을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매그너스 사모투자합자회사(PEF)에 49.8%를 출자하며 이 회사의 펀드 출자자로 참여했다. 펀드 총액은 4천200억원 정도로, SK하이닉스는 2천73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생산 규모는 월 20만 장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주요 국가 규제 승인을 받아 인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키파운드리 청주 공장 전경 [사진=키파운드리 ]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를 공식화한 것은 다음달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 기업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SK스퀘어의 영향이 크다. 앞서 SK텔레콤은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SK텔레콤-SK스퀘어 분할안을 의결했다. 이는 창사 이래 37년 만이다.

SK스퀘어는 ICT 플랫폼 사업 투자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현재 26조원인 순자산가치를 2025년에 75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산하엔 SK하이닉스와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드림어스컴퍼니, SK플래닛 등 16개 회사가 편제된다. 또 반도체,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주요 포트폴리오 자산을 기반으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업계에선 박 부회장이 SK스퀘어 대표로 가게 되면서 순자산가치를 현재보다 약 3배 더 키우기 위해 SK하이닉스를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미래형 반도체와 혁신 기술에 투자하는 데 의욕을 보이고 있는 데다 박 부회장이 M&A 전문가란 점에서다.

실제로 박 부회장은 지난 2012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를 진두지휘했고 2017년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투자,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 인수계약 등 SK하이닉스의 굵직한 투자에 관여했다. 이번 키파운드리 인수 역시 박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과거 반도체 위기론이 한창일 때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를 발판 삼아 반도체 사업을 키우는 데 당분간 집중할 듯 하다"며 " 최근 미국 출장길에 올라 투자자들을 상대로 설명회에 나선 것 역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초대형 M&A를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최근 열린 SKT 임시주주총회에 의장으로 참석했다.

박 부회장은 올 초부터 여러 차례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4월 월드 IT쇼에선 "파운드리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삼성도 파운드리를 하지만 국내 팹리스 업체들 사이에 TSMC 기술 수준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고, 여기에 공감해 우리도 투자를 많이 할 생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올해 5월 'K-반도체 전략' 발표 자리에선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는 당연한 수순으로 평가했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상태인 만큼 기업 성장을 위해선 시스템 반도체 사업 투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 31조9천억원에서 94%에 해당하는 30조원이 메모리 반도체로부터 나왔다. 나머지 6%는 파운드리 사업 등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파운드리 사업을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진행 중으로 성과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현재 8인치 웨이퍼 공장에서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관리칩(PMIC) 등을 생산 중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27% 증가한 7천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4.55% 늘어난 1천179억원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안으로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시스템IC 관련 시설을 모두 중국 우시로 옮길 예정으로, 1천여 곳에 이르는 중국 팹리스를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SK텔레콤의 AI 반도체와 같은 기술 집약적인 반도체를 생산할 능력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SK텔레콤이 개발한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을 자회사이자 글로벌 종합반도체기업(IDM) 3위인 SK하이닉스가 만들지 않고 대만의 TSMC가 생산한다는 점 때문에 내부에서도 파운드리 투자 결심을 갖게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반도체 산업의 핵심 분야로 떠오른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 SK하이닉스가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내부에서 많은 것으로 안다"며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면 자회사 경유가 아닌, 자체 해결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SK하이닉스가 생산설비를 새로 구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8인치 웨이퍼 장비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어렵사리 장비를 확보한다고 해도 생산능력을 갖추고 본격적인 생산활동에 들어가기에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안으로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시스템IC 관련 시설을 모두 중국 우시로 옮길 예정이다.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이에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를 통해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은 모습이다. 또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중국 이전에 따른 국내 공백도 어느 정도 메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키파운드리의 생산능력은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비슷한 월 8만2천 장이다.

SK그룹 차원의 반도체 육성 전략도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모회사인 SK텔레콤은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혀왔던 상태로,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와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사업이 동시에 강화되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한층 커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키파운드리 인수는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8인치 파운드리 역량을 보강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국내 팹리스(Fabless) 생태계 지원에도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일로 SK하이닉스의 종합반도체기업으로서 입지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키파운드리 인수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게 됐을 뿐 아니라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 따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분야에선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낸드에선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와 관련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고 있는 상태로, 마지막 관문인 중국만 남겨두고 있다. 올해 말 예정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1차 클로징되면 단숨에 삼성전자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로 뛰어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후 안정화를 위해 조만간 이석희 사장을 미국에 보내고, 나머지 사업은 당분간 박 부회장이 맡는 체제로 움직일 듯 하다"며 "박 부회장은 향후 SK스퀘어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SK하이닉스를 앞세울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사업을 키우고자 국내 설비증설 등을 통한 투자 속도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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