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짬짜미 매각' 논란..노조 "당국이 재량권 스스로 포기"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금융위원회가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매각과 관련해 씨티은행 손을 들어준 것을 두고 '짬짜미(남들 모르게 하는 약속) 매각'을 처리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씨티은행 매각과 관련해 '인가권 없음'으로 매각을 승인한 금융위원회를 규탄했다.
금융위는 지난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를 발표한 한국씨티은행에 조치명령을 의결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폐지가 은행법에 위반하지 않는데다 금융위가 인가할 사항이 아니라는 결정이다.
◆ 소매금융 폐지…270만 고객 '낙동강 오리알' 신세
이를 두고 금융노조는 금융위가 스스로 재량권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소매금융을 이용하는 고객 수가 270만명에 달하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매각한다는 한국씨티은행의 손을 들어줬단 것이다.
금융위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씨티은행의 주요 자산 중 소매금융 부문은 30.4%(20조8천억원)에 불과한 반면 기업금융부문은 69.6%(47조8천억원)으로 크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고객 수로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매금융을 이용하는 고객은 270만명이나 기업금융 고객 수는 460명에 그친다.
소매금융 폐지로 소매금융을 이용하던 270만 고객이 대출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하거나 만기연장이 불가해지는 등 피해를 보게 된다.
소매금융 부문의 고객 대출자산 비중도 적지 않다. 지난 6월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총 대출자산 21조2천억원 가운데 소매금융 원화대출액만 17조5천억원에 이른다.
때문에 금융노조는 소매금융을 이용하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단계적 폐지를 조치할 것이 아니라 인가대상으로 보고 신중히 검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진창근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지금도 고객들은 방치되고 있으며 내 대출이 어찌되는지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예전부터 1.5금융권으로 불릴 정도로 신용도 대비 한도가 높던 한국씨티은행 고객들은 연장이 안되면 대환대출도 어려워 갈 곳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금융위는 한국씨티은행과 사전협의로 폐지를 결정하고 준비는 해놓고 고객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질타했다.
실례로 지난 2013년 2월 이뤄졌던 HSBC은행의 소매금융 폐쇄를 들었다. 당시 HSBC에서 소매금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자산 대비 7.6(1조7천억원)에 그쳤지만 금융위는 HSBC의 소매금융 폐지를 '인가대상'으로 봤다. 그런데 HSBC의 12배 달하는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는 인가대상이 아니라며 씨티은행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 금융노조 "노동협의체 탈퇴…지금이라도 결정 번복해야"
이를 두고 금융노조는 금융위가 소비자구제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졸속히 한국씨티은행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지탄하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위는 소매금융 고객 대비 숫자가 적은 기업고객 거래는 유지할 것이기에 인가사항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국민의 상식과 배치되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면서 "금융위조차도 이와 관련해 법의 미비사항을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결정을 유보하고 보완사항을 마련한 후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중히 검토한다는 대만정부와 상반된 입장으로 금융위는 감독당국의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고 씨티은행과 '짬짜미'를 통해 주권을 포기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월요일 오전 9시 금융위와 한국씨티은행은 1-2분 간격으로 단계적폐지를 발표했는데 서로 짜맞추는 '짬짜미'가 아니면 설명이 안된단 주장이다.
이에 금융노조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위원회와 맺었던 노동협의체도 공식 탈퇴했다.
박 위원장은 "금융노조는 금융위와 한 노동협의체 공식 탈퇴를 선언한다"면서 "사용자 측과 금융위가 공모한 정황에 대해 조사하고 정부와 여당은 법 제도상 미비점을 근본적으로 정기국회에서 즉시 보완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금융노조와 관계자들은 국내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에 있어선 안 될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진 위원장은 "국내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의 도미노 식 철수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금융위는 지금이라도 결정을 번복하고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한 국익이 무엇인지 살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재밌는 아이뉴스TV 영상보기▶아이뉴스24 바로가기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네이버, 국내·해외 호텔 후기 쓰기 지원…"여행 검색 편의 향상"
- 케이블TV "CJ온스타일 송출 중단, 미디어 공공성 저버린 처사"
- [인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 [국감2024] 정진석 "아무 문제 될 것 없는 녹취록" vs 박찬대 "대통령실 실장 답다"
- [포토]대화하는 추경호-배준영
- [포토]국회 운영위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 종합 국정감사
- 마포구, 환경단체와 함께 '쓰레기 소각 반대' 포럼 개최
- [포토]질의에 답변하는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
- [포토]질의에 답변하는 정진석 비서실장
- 우리은행, 부당대출 알고도 관계사 대표 선임 '쉬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