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 앞두고 '화석연료 청문회' 열린 미국.. 엑손모빌 등 4개사 난타당해
[경향신문]
엑손모빌을 비롯한 거대 석유회사 경영진들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난타’를 당했다. 화석연료가 기후 위기에 미치는 문제들을 은폐하고, 국제사회의 기후 행동을 축소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써왔다는 의혹을 추궁당한 것이다. 이들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왔다”며 자신들을 향한 의혹을 부인했다.
엑손모빌과 BP아메리카, 쉐브론, 로열더치셸 등 석유 대기업 경영진들과 미국석유협회(API), 미 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은 28일(현지시간) 화상회의로 열린 미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고 AP통신, BBC 등이 보도했다. 앞서 민주당은 석유기업들이 화석연료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국제사회의 기후 행동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행동해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캐롤린 멀로니 감독개혁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석유 회사들은 기후 대응에 대한 ‘립서비스’를 하지만, 뒤에서는 유리한 세금 감면을 유지하기 위해 로비에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비난했다. 최근 감독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엑손모빌 등 4개사는 2011년부터 연방 정부에 로비하기 위해 4억5260만달러(약 5290억원)를 지출했다. 반면 2010~2018년 사이 저탄소 프로젝트에 투자한 금액은 엑손모빌이 지출의 1% 미만, BP는 약 2.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석유회사들이 풍력발전소 사진 등을 활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광고해왔다고도 지적했다.
다른 의원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데비 와서만 슈츠 의원은 API 등이 메탄 배출 수수료를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인 것을 지적하며 “위선의 당혹스러운 사례”라 비판했다. 로 카나 의원은 석유 기업들이 ‘그림자 단체’에 실제 돈을 쓰지 않았는지 별도의 감사를 받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엑손의 로비스트였던 키스 맥코이는 지난 6월 그린피스와의 인터뷰에서 엑손이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그림자 단체’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폭로한 바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대응 법안을 약화시키기 위해 영향력 있는 상원 의원들을 목표로 로비를 했다고도 말했다.
석유회사 경영진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기후 변화의 현실과 위험성을 오랫동안 인정해 왔으며 그러한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 왔다”고 주장했다. 화석연료가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도 학계의 주류 의견과 사실에 기반을 둔 입장을 제시해왔다고 항변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들 기업이 자국이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능력을 입증했다며 두둔했다.
반면 멀로니 위원장은 석유회사들을 향해 “그들은 담배회사 간부들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흡연의 위험성을 부정해 논란이 된 담배회사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는 7시간에 걸친 청문회가 끝난 뒤 석유회사들에게 자금조달 정보 등 미체출 서류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청문회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를 사흘 앞두고 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로 출발하기 직전 의회를 방문해 사회복지 및 기후변화 법안 절충안을 제안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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