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리포트] 지금 유럽은 로켓 발사장 '건설 붐'
유럽에 로켓 발사장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영국과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포르투갈 등이 2022년 개장을 목표로 이미 건설을 시작했거나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 소형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중소형 로켓 발사장이다. 그동안 유럽의 위성 발사용 로켓은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이곳은 탁 트인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고 주변에 인구도 적어 로켓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이 적은 지역이다. 무엇보다 적도에 가까워 모든 궤도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는 지리적인 장점도 있다. 그러면 앞서 언급한 유럽 국가들은 이렇게 좋은 발사장을 두고 자국 내에 새로운 발사장을 왜 건설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유럽에서 급증하고 있는 소형위성 수요와 그에 따른 발사 수요의 증가다. 우주의 경제적 군사적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유럽에 많은 나라들이 우주개발 전략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전략에 중심에는 소형위성이 있다. 적게는 십여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의 소형위성으로 구성되는 군집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 통신이나 지구관측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현재 가장 각광받는 트렌드다. 많은 나라가 군집 위성을 추구하는 상황으로 기아나 우주센터 혼자 유럽 전체의 발사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조사업체 몰돌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유럽의 소형위성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15%의 고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발달로 인해 소형위성의 성능은 계속 향상되고 가격은 내려가기 때문에 소형위성이 주도하는 시장 판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이 업체는 분석했다. 사용될 위성들이 유럽 본토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도 유럽 내 발사장 건설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다. 생산지와 발사장의 거리가 가까우면 그만큼 운송비를 절약할 수 있다.
군사용 정찰 및 첩보위성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이런 위성과 관련된 많은 정보는 비밀로 붙여진다. 자연히 발사도 비밀유지가 가능한 자국 영토나 우호 관계에 있는 인접 나라에서 하길 원한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위성의 경우 위성을 발사하는 타이밍도 경제성만큼 중요하다. 발사에 자율성을 확보할 목적에서도 영토 내 발사장 건설은 의미가 있다. 영토 내 발사장 건설에 있어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나라는 영국이다. 2022년 첫 번째 발사를 하는 것을 목표로 보리스 존슨 총리가 후보지 물색을 비롯해 발사장 건설과 관련된 행정을 직접 챙기고 있다.
영국은 수직 발사장과 수평 발사장 모두를 원하고 있다. 공개된 후보지는 ‘스콜페이지’와 ‘모인반도’ 그리고 ‘색사보드’ 세 곳으로 모두 스코틀랜드 북쪽에서 북해를 바라보고 있다. 지리적으로 이 세 곳 모두 극궤도 위성과 태양동기궤도 위성을 발사하기 좋은 장소로 알려졌다. 주변에 인구도 거의 없어 안전상으로도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북유럽에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발사장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스웨덴에 국영 기업 ‘스웨덴 우주회사’는 10월 초 노르딕 투자은행에 1390만 달러 대출을 승인했다. 이 자금은 스웨덴 북쪽 키루나 지역에 있는 ‘이스레인지 우주센터’의 시설을 현대화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1964년에 개장한 이스레인지 우주센터는 그동안 오로라 연구와 위성 추적, 연구용 소형 로켓을 발사하는 장소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번 투자를 통해 인공위성 발사장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스웨덴 우주회사는 성명서에서 “유럽 본토에서 처음으로 위성 발사체를 쏘는 곳이 되길 원한다”며 “유럽에 발사체 회사들이 차세대 로켓 기술을 개발하고 위성을 발사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노르웨이는 연구용 소형 로켓 발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안도야 우주센터’ 인근에 2022년 하반기 개장을 목표로 소형위성 발사용 로켓 발사장을 건설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수도 리스본에서 서쪽으로 1400km 떨어진 ‘아조레스섬’에 중형 로켓 발사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올해 1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3차 유럽 우주 콘퍼런스에서 이러한 계획을 공개했다. 발표를 진행한 포르투갈 우주청 이사회 멤버인 휴고 코스타는 “유럽에 발사장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유럽은 더욱 자유롭게 우주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 정부는 산업계의 요청으로 이동식 로켓 발사장을 북해에 건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약 1톤 정도의 가벼운 화물을 운송할 로켓의 발사장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긍정적으로 관련 계획을 검토하고 있고 3500만 달러 규모의 초기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동아사이언스는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 뉴스와 해외 우주산업 동향과 우주 분야의 주요 이슈를 매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계 우주 산업의 동향과 트렌드를 깊이 있게 제공할 계획이다. 박시수 스페이스 뉴스 서울 특파원은 2007년 영자신문인 코리아타임스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를 거쳐 디지털뉴스팀장을 지냈다. 한국기자협회 국제교류분과위원장을 지냈고 2021년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 뉴스에 합류해 서울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시수 스페이스뉴스 서울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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