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세 코로나19 백신 승인 임박.."새 변이 대비하려면 불가피"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들이 지난 26일(현지시간) 5~11세 어린이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DI-19·코로나19) 백신 접종 승인을 권고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mRNA 백신의 저용량 투여로 진행한 임상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다. 미국에서 이르면 수 주 내에 5~11세 대상 예방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현재 시점에서 5~11세 대상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 감염병 전개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을 보도했다.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는 경우 5~11세 연령대 접종 여부에 따른 감염률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모델링 분석도 포함됐다.
엠마 맥브라이드 호주열대보건의학연구소 감염병 모델링 전문가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백신 미접종인 5~11세 연령대 아이들이 지난 수개월간 등교하면서 코로나19 신규 감염의 상당 부분에 이들 그룹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백신 접종은 5~11세 아이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FDA 자문위원회는 화이자 백신이 5~11세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가 약 91%에 이른다는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접종 승인을 권고했다. 약 4650여명의 5~11세 어린이가 임상에 참여한 가운데 이들 중 3분의 2는 성인 접종 용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백신을 접종받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위약을 투여받았다.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받는 방식으로 임상이 진행됐다.
임상에서 백신의 안전성도 어느 정도 검증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 기반 백신은 젊은 남성에게서 극히 드물게 심근염이나 심낭염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지만 5~11세 대상 화이자 백신의 임상에서는 이같은 보고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5~18세 중 약 440명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했다. 전체 연령대 사망자수 72만4000명에 비교하면 아동청소년에게는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FDA 자문위원회는 임상 데이터 검토 전 지역사회의 다양한 감염 수준을 감안해 6가지의 가상 시나리오를 모델링하고 분석했다. 델타 변이(인도 변이)가 급증하기 시작한 7월 말 이후 아이들의 감염 사례가 급격히 늘어났다. 미국 소아과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코로나19 양성으로 진단받은 미국 어린이 630만명 중 약 3분의 1이 지난 7월 말부터 10월 21일까지 진단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COVID-19 시나리오 모델링 허브’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카트리오나 셰아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최근 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우려 변이가 등장할 경우 5~11세 백신 접종 유무가 전파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공개하기도 했다. 델타 변이 외에 새로운 변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현재 확진자 감소 추세가 5~11세 접종 여부에 따른 큰 차이는 없겠지만 새 변이가 나타날 경우 확진자수 증가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화이자 백신의 5~11세 대상 접종이 승인되더라도 당사자는 물론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접종을 받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와 관련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80개의 영국 학교 9~18세 대상 2만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이가 어릴수록 접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네이처에 따르면 12세 미만 어린이들에게 접종을 하고 있는 국가는 칠레와 중국, 쿠바, 아랍에미리트(UAE)다. 이들 국가에서는 지난 3개월 동안 어린이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감염률이 낮은 경우 어린이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감염률이 낮으면 면역력을 확보한 구성원들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엠마 맥브라이드 호주열대보건의학연구소 감염병 모델링 전문가는 “일례로 호주는 11월에 국경을 다시 개방하고 출입국을 허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같은 변화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령에 관계없이 백신 접종이 중요해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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