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낸 파운드리 17년만에 되찾은 SK..車반도체 품귀의 역설

SK하이닉스가 17년 전에 경영난으로 매각했던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키파운드리를 인수한다고 29일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매그너스반도체로부터 키파운드리(옛 매그나칩 파운드리 부문) 지분 100%를 57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키파운드리는 청주에 본사를 두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8인치(200㎜) 웨이퍼를 기반으로 한 생산시설을 갖췄다.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이 주력 제품이다. 주요 공장이 SK하이닉스 청주 사업장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다. SK하이닉스와 용수, 전력 등 기반시설을 공유하고 직원 기숙사도 공동으로 사용 중이다.

키파운드리의 모체는 1979년 설립된 LG반도체다. LG반도체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현대전자와 합병해 하이닉스반도체가 됐고 2004년 하이닉스가 재무 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시스템반도체 부문을 분리, 매그나칩반도체를 세운 뒤 해외에 매각했다.

키파운드리는 매그나칩반도체에서 파운드리 부문만 떼내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PEF 운용사인 알케미스트캐피탈과 그래비티PE 등에 4200억원에 팔렸다가 SK하이닉스가 1년만에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8인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를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의 생산능력이 비슷해 SK하이닉스의 전체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월 20만장 수준으로 2배 가까이 늘 전망이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면서 SK하이닉스는 그동안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등이 지난해 말부터 전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한때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던 8인치 파운드리 몸값이 치솟은 상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지난 5월 'K-반도체 전략 보고 대회'에서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어 키파운드리 인수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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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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