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박' 머스크 58조 세금폭탄? 美억만장자 부유세 가능할까[US포커스]
미국 민주당이 도입을 추진 중인 '억만장자 부유세'가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저소득층과 중산층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안 처리를 위한 재원을 물색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가장 부유한 미국인들을 지목했다.
당초 법인세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려는 계획은 기업에 대한 세율인상을 지지할 수 없다는 당내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힘을 잃었다.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 바로 '억만장자 부유세'다.(이 세금제도에 대한 공식적인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부과 대상은 3년 연속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 이상 자산 보유자이거나 3년 연속 1억 달러(1170억원) 이상 소득자로, 여기엔 약 700명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고 부자들을 겨냥한 부유세가 실제 도입되면 상위 억만장자 10명이 2760억 달러(약 322조원)의 세금을 내게 될 것으로 관측됐다.(참고로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2021년도 대한민국 정부 예산은 558조원이다)
상위 10위 납세자 명단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이 포함된다.
UC버클리의 가브리엘 주크만 경제학자는 이 법안 시행 시 현재 자산 1위 머스크의 경우 법 시행 후 첫 5년 동안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으로 500억 달러(약 58조5250억원)를 내야 하고 △베이조스 440억 달러(51조5020억원)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290억 달러(33조9450억원) △워런 버핏 250억 달러(29조2630억원) △ 게이츠 190억 달러(22조4000억원)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관측했다.
와이든 위원장은 미국에 2개의 '세금 코드'를 설정할 것이라고 했다. 우선 근로자들이 원천징수를 통해 자동으로 세금을 내는 첫 번째 코드가 있고, 세금 납부를 무기한 연기하는 억만장자들을 위한 조치(억만장자 부유세)가 두 번째 코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와이든을 비롯해 억만장자 부유세 도입에 찬성하는 이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을 보유한 개인들은 자신의 자산 위에 앉아 돈이 늘어나도록 기다릴 여유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거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억만장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채권 등에 대해서도 매년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논리다.
A라는 주식이 1월1일 시가 100달러이고, 같은 해 12월31일 13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면, 세금은 30달러 상승분을 기준으로 책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 최고 연방 자본소득세율은 20%다. 고소득자에게는 순투자소득세가 3.8% 더 붙는다. A라는 주식을 갖고 있는 억만장자는 보유 주식의 연간 평가차익의 23.8%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가치가 올라가는 모든 종류의 자산은 매각 시 자본소득세를 물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매매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세무당국은 정해진 시점에 그 가치가 얼마인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증시에 상장된 주식이라면 이같은 계산이 간단한데, 만약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업 또는 지분일 경우 가치 평가 문제는 큰 문제가 된다.
와이든 위원장의 계획은 일단 매매가 이뤄질 때까지 과세를 미뤘다가, 나중에 이자까지 계산해서 한꺼번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이나 개인 소유 사업에 대한 지분 등에 대한 자산의 증가분에 대해선 매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대신 매각 시 소유자는 자본소득세와 함께 '이연환수액'이라고 불리는 이자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즉 자산이 시장에 팔릴 때까지 유예된 세금에 대한 이자까지 계산해서 내야 하는 것이다.
2022년 발효될 이 계획은 억만장자들에게 모든 자산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도록 요구한다. 납부는 5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고, 1년 뒤 손실분에 대해선 과거 최대 3년치를 적용할 수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억만장자가 최소 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5000만 달러 이상의 지분 가치를 지닌 법인은 다른 법인에 자산을 숨기지 못하도록 자산 이익을 보고해야 한다. 신탁 이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규칙도 있어 억만장자들은 복잡한 자산 플랜을 통해 세금을 회피할 수 없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기를 원하는 억만장자들은 국외로 나가기 전 그들의 전 재산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제도를 지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의회와 와이든 의원과 협력해 가장 높은 소득을 올리는 미국인들이 정당한 몫을 지급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거들고 나섰다. 억만장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은 '부유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2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극도로 부유한 개인, 억만장자들이 보유한 유동자산의 미실현 자본이익에 대한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나는 그것을 부유세라고 부르지 않겠지만, 이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소득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본이익을 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은 이 계획에 대해 "기회균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추가 세수가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돈을 다 쓰고 나면, 그들은 당신에게 손을 뻗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차드 닐 미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민주당, 매사추세츠주)은 이 계획의 합헌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잠재적 법적 문제들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의 온건파로 분류되는 존 맨친 상원의원도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억만장자 부유세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도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라며 난색을 표한다. 디자인과 개념 측면에서 많은 위험이 내재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는 건 가능할 수 있어도, 제대로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수정헌법 제16조를 근거로 소득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어떤 재산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세법에는 뮤추얼 펀드에 대한 세금 같이 부유세와 유사한 조항들이 있다. 하지만 헌법적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권한은 연방 대법원에 있다.
보수가 우위인 연방대법원이 억만장자 부유세의 손을 들어줄 확률도 높지 않다는 것에 전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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