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시설 백신 패스제, 당장 철회하라 [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1. 10. 2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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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백신 패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자가 공공시설, 다중이용시설을 쓸 때 방역 조치로 인한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통과, 나머지는 출입 제한 또는 출입 불가를 뜻한다.

정부는 11월1일부터 시행하는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29일 발표했다. 예상대로 체육시설에 백신패스제가 도입됐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이 체육시설에 들어가려면 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시해야 한다. 확인서 효력은 48시간이다. 체육시설을 사용하려면 3일에 한 번씩 선별진료소에 가야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체육시설업계는 환불사태, 등록 취소 등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정부, 체육시설을 유흥시설로 보나? : 백신패스 적용 대상은 전국 209만개 다중이용시설 중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경마·경륜, 카지노 등 13만개(약 6%)다. 실내체육시설도 포함됐다. 집합금지, 상존인원 제한에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버틴 체육시설업자들은 최근 청와대에 ‘백신패스 반대’ 청원까지 올렸다.

유흥시설, 노래방에 대한 백신패스는 일리가 있다. 이곳은 음주한 상태로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모여 대화를 많이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곳이다. 그러나 체육시설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체육시설은 발열체크, 소독 등을 철저히 했다. 이용자도 마스크를 쓰고 운동했고 혹시 모를 감염을 의식해 서로 주의하고 서로 조심했다.

이에 비해 현재 식당들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처음에는 식탁 하나 건너씩 손님이 앉지만 나중에는 결국 다닥다닥 붙는다.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한시간 넘게 벗은 상태에서 먹고 마시고 떠든다. 감염 방지를 위해 백신패스를 적용한다면 식당부터 하는 게 논리적이다. 그런데 정부는 식당과 카페에 백신 패스를 요구하지 않았다. 게다가 영업제한 시간도 없앴고 음성 확인서 도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일부 식당에 대해서는 미접종자 4명이 그냥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수많은 식당 운영자들로부터 내년 대선 ‘표심’을 얻기 위한 작전인가. 그게 아니라면 체육시설을 술집, 노래방과 같은 유흥시설로 본다는 뜻인가.

김부겸 국무총리는 “그동안 공동체 안전을 위해 뼈아픈 희생을 감내해 주셨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회복이 시급하다”면서 “이를 위해 영업시간 제한 등 생업시설에 대한 방역 조치는 대폭 풀었다”고 말했다. 체육시설은 “공동체 안전을 위해 뼈아픈 희생을 감내해 주셨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포함되지 않는 유흥시설이라는 말인가.

▲음료·커피 섭취는 기본권이지만 운동은 아니다? : 정부는 식당과 함께 카페에 백신패스를 도입하지 않았다. 음식 섭취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기본권으로 볼 수 있다 해도, 음료 섭취도 과연 기본권일까.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꼭 마셔야한다면 편의점, 사무실에서도 불편함이 마실 수 있는 게 음료, 커피다.

바이러스를 이길 방법은 궁극적으로 면역력 강화다. 면역력을 강화하려면 운동이 가장 좋다. 그래서 선진국, 국제연합(UN),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 관련 지침에 꾸준한 운동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는 왜 운동을 권장하지 않을까. 왜 운동을 하면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인냥 걸핏하면 체육시설을 틀어막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부가 카페는 기본시설로 보고 체육시설은 기본시설로 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미접종자 4명은 식당은 갈 수 있어도 체육시설은 못간다? : 식당, 카페에 대해서 정부는 12인(수도권은 10명)까지 모임을 인정하면서 4명까지 미접종자 동행을 허용했다. 미접종자가 감염을 확산할 위험성이 있다면, 정부는 이들이 식당에 출입할 때도 PCR 음성 확인서를 요구했어야 했다. 그런데 미접종자는 4명까지 음성확인서없이 식당, 카페에 들어갈 수 있다. 심지어 접종완료자가 동행하지 않고 미접종자 4명만 있어도 식당, 카페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동안 마스크를 벗은 채 밥,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식당보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체육시설이 더 위험하다는 뜻인가. 이게 과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코로나 대책인가.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29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를 정부서울청사에서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차별하는 게 백신 패스인가 : 백신을 맞고 안 맞고는 개인 권리다. 몸이 안좋아서, 나이가 많아서, 무서워서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접종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젊은층도 있다. 정부는 백신접종을 권장할 수는 있어도, 강요할 수는 없다. 백신접종을 권장하고 싶다면 접종자에게 혜택을 추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상대적으로 코로나가 더 심한 과거에 누구나 누린 일상생활을 미접종자라는 이유로 앗아가는 건 몰상식적이다. 미접종자, 접종 미완료자 1000만명도 국민이다. 이들도 정부가 접종자와 똑같이 보살펴야 하는 국민,아니 사람이 아닌가.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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