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부산 ②대낮 ③협력사..KT 먹통사고 '3대 의문점'
지난 25일 전국 KT 유무선통신망을 멈춰 세운 장애원인은 명령어 한 줄의 오류로 드러났다. 부산의 한 KT 협력사 직원이 네트워크 경로설정을 위한 작업을 하다 명령어 한 줄을 빠뜨리고 입력한 것이 전국 단위 피해로 번져간 것이다.
KT도 명백한 인재(人災)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에 나섰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남아 있다. 전국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설정 작업을 왜 오전에 했는지, 본사가 아닌 협력사 직원이 핵심 통신설비를 아무런 테스트없이 직접 다뤘는지 등이다. 이는 과기정통부의 조사결과에서 명확히 드러날 전망이다.
29일 K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사고는 당일 오전 11시20분 부산 KT 시설에서 진행됐다. 망 고도화 작업 중 새 장비를 설치한 뒤 네트워크 경로 설정을 위해 입력해야 하는 명령어 중 한 줄이 누락됐다. 부산의 장비에서 오류가 과부하를 일으켰는데 이는 전국망에 연쇄효과를 일으키며 먹통 현상으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85분간 서비스가 중단됐고 일반 이용자는 물론 소상공인과 배달 플랫폼, 중소기업 등 고객들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통신업계에서는 한 기기로 트래픽이 몰려 발생한 부산 지역의 장애가 전국 단위로 연쇄 과부하를 일으켰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해당 시설은 부산과 인근 지역의 네트워크가 모두 모이는 핵심 통신설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KT 등에 따르면 당시 작업은 네트워크가 연결된 상태로 진행됐으며, 통신신호를 분산하는 라우팅은 물론, 백업장비와 우회경로도 확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 KT혜화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래 야간작업이었으나 작업자가 주간에 일을 진행했다"면서 "별도의 테스트도 없었다"고 밝혔다. 애초 이번 네트워크 경로설정이 야간작업으로 승인받았다는 것이다. 혹시모를 장애시 서비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만큼 트래픽 적어 피해를 최소화할수 있는 야간 시간대에 하라는 취지였다. 이는 일반적인 관행이다. 하지만 협력업체가 밤에는 장비반입이 어렵다며 오전에 미리 장비를 들여왔는데, 이후 사전 테스트도 없이 오전에 바로 설치 작업까지 진행하다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구현모 대표는 "관리감독 책임은 KT에 있기 때문에 저희 책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만 했을 뿐, 어떤 협력업체가 왜 이 작업을 맡았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KT 새노조는 "이는 기본적인 출입통제 등 물리적 보안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얘기"라며 "외부 세력이 불순한 목적을 갖고 KT 기간망을 제어하기 위해 A급 시설에 접속할 수 있다는 매우 심각한 보안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구의 지시로 어느 장비에 대해 어떤 작업을 하다 발생한 사태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장애 초반 원인을 디도스 공격이라고 밝힌 배경에도 관심이 모인다. KT는 장애 원인을 디도스 공격 때문이라고 밝혔다가, 이후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로 원인을 바로잡았다. 이에 네트워크 경로 설정에 문제가 생겨 특정 기기로 트래픽이 쏠리자 KT 측이 이를 외부 공격으로 오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트래픽 집중 현상이 실제 디도스 공격과 유사해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애 발생 초기에도 디도스 공격이라는 KT 발표에 다수 네트워크 전문가들이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어 추가 조사와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오후 3시 KT 통신장애 원인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KT도 이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소상공인 등에 대한 피해보상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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