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WHO 콩고 보건사업 지원 중단.."현지여성 성학대 직원 처리 미흡해"

지원금 2,070만 유로(약 280억원) 지급 중단
현지 여성 83명 성학대..WHO 직원 약 20명 가담

[서울경제]

유럽연합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현지 여성들을 상대로 벌어진 WHO 직원들의 성폭력을 적절히 처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WHO의 현지 보건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일 WHO에 서한을 보내 WHO가 민주콩고에서 운영 중인 5개의 보건 프로그램에 자금 지급을 잠정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지급이 중단되는 EU의 지원금은 2,070만 유로(약 280억원)에 달한다.

EU 집행위원회는 로이터에 이번 조치를 확인하면서 "상황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과 그런 용인할 수 없는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튼튼한 보호장치를 갖출 것을 WHO에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신은 "EU가 민주콩고에 자금 지원을 중단한 것은 내년 5월 재선을 노리는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민주콩고에서 일어난 성폭력과 관리 소홀에 추가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외교적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9월 민주콩고에서 에볼라바이러스 퇴치 구호활동을 벌어온 WHO 일부 직원들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콩고에서 현지 여성에게 성학대를 저질러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WHO의 독립 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현지 여성 83명이 성적으로 학대받았고, WHO 직원 약 20명도 학대에 가담한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민주콩고에서 벌어진 일의 심각성에 대해 "극도의 우려"를 표현한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와 보상을 확약할 것과 민주콩고에서 이뤄지는 WHO의 채용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또 현지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데 연루된 직원들이 유엔이나 구호단체에 재고용되지 않게끔 하기 위해 WHO가 합당한 조치를 취하고, 사건과 관련된 의혹을 부실하게 처리하는 데 책임이 있는 WHO 직원들도 독립적으로 조사할 것도 촉구했다.

윤선영 인턴기자 candor98@sedaily.com

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