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58만원에 딸도 팔았다' 아프간의 사투

KBS 2021. 10. 29. 11: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재집권한 지도 어느덧 두 달이 됐습니다.

그동안 주민들의 삶은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극심한 굶주림에 놓였는데요.

오랜 내전에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그리고 정치 불안에 따른 경제난까지 한 번에 닥친 탓입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아프가니스탄 서부 바드기스주.

이 마을의 어린 소녀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팔려가고 있습니다.

올해 8살 아쇼는 우리 돈 350만 원에 23살 남성에게 팔렸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아는 듯 아쇼의 얼굴엔 짙은 그늘이 졌습니다.

[굴 비비/아쇼의 엄마 :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딸을 보내는 게 좋은 행동이 아니란 걸 압니다. 신께서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들어 이 마을에선 벌써 20가구가 어려운 형편에 돈을 구하기 위해 어린 딸들을 결혼시켰습니다.

심지어 걸음마도 제대로 못 하는 이 어린아이도 거래의 대상이 됐는데요.

2살 쇼크리야는 330만 원에, 언니인 6살 파리쉬테는 390만 원에 팔려갑니다.

형편없이 낮은 돈에도 거래가 되는데요.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는 7살 나지베는 고작 58만 원에 친척 집에 팔렸습니다.

[카이란/나지베의 아빠 : "나지베 남편은 아직 절반밖에 돈을 내지 않았습니다. 나머지를 내면 딸을 데려갈 겁니다."]

바드기스주의 발라 무르가브 지역 농부들은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가축을 팔아 연명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올해 들어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요.

2년 전만 해도 마을엔 2만 5천 마리의 양이 있었지만 지금은 3,000마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팔 가축이라도 있어 물과 음식을 구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가뭄에 목숨을 잃는 일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 자말/발라 무르가브 주민 : "(지난 2년 동안) 대여섯 명이 목마름과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가축을 다 판 뒤에도 문제입니다.

9살 바시르는 얼마 전, 쓰레기 분리 수거 일을 하다 불발탄을 건드려 손을 크게 다쳤습니다.

농부였던 아버지가 가축을 다 팔게 된 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모하매드 나비/바시르의 아버지 : "아무 말 없이, 아들이 손으로 돌을 누르자 폭발이 일어났고, 손가락 5개를 잃었습니다."]

병원들은 의료 설비 부족과 인력난 등이 겹쳐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어렵습니다.

한 어린이 병원 중환자실은 아기 3명이 한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받고 있는데요.

일반 병실에서는 두 아기가 한 침대를 나눠 쓰고 있습니다.

의료 인력도 부족해 이전엔 아기 서너 명을 간호사 한 명이 돌봤지만, 이제는 스무 명 넘는 아기를 동시에 돌보고 있습니다.

8개월 된 딸을 치료하기 위해 이 병원을 찾은 아르주 씨는 이미 다섯 자녀 가운데 한 명을 영양실조로 잃었습니다.

[아르주/엄마 : "많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일단 돈이 없습니다. 아픈 아이를 다른 도시 병원으로 데려갈 수도 없죠.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의 물탱크까지 팔았습니다."]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극심한 식량 부족과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극심한 식량부족을 겪는 인구는 두 달 전 천4백만 명 수준에서 이제는 인구의 절반이 넘는 2천280만 명으로 늘었는데요.

탈레반 집권으로 국제사회의 원조마저 점점 줄고 있어 벼랑 끝에 선 아프간 주민들은 하루하루 사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