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新3강]①'카카오 택시' 독주 흔들리나
'칼갈은' 티맵모빌리티·타다, 심기일전 재도전
카카오가 택시 호출로 사실상 독주해온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에서 물적분할로 떨어져 나온 티맵모빌리티가 세계최대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손잡고 내달 '우티'를 야심차게 선보인다. 아울러 한때 대형밴 '타다 베이직'으로 이름을 떨친 타다가 핀테크 기업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품에 안기면서 심기일전하고 있다. 주요 모빌리티 서비스 3개사의 특징을 짚어보고 시장의 변화를 예상해본다. [편집자]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실상 독주 체제를 이어가던 카카오의 모빌리티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여론의 뭇매와 규제 우려로 숨고르기에 들어가자 체제를 정비한 경쟁사들이 그 틈을 노리고 있다.
SK텔레콤의 티맵모빌리티는 우버와 손잡고 경쟁에 뛰어들었고 새 주인을 만난 타다도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우티와 타다가 모빌리티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잘 나가던 카카오, 잇단 논란에 주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중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사업자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T 가입 기사 수는 22만명. 전국 택시기사(24만명)의 약 92.8%가 카카오T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 나가는 카카오의 모빌리티 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카카오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내세워 택시 호출 요금을 인상하려다 이용자 반발에 부딪히면서 이른바 '플랫폼 갑질'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스마트호출 요금으로 1000원(심야 2000원)을 받고 있었는데 이를 수요에 따라 최대 5000원으로 변경하려 했다. 택시업계는 사실상의 요금 인상이라며 반발했고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수익화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했지만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후 과도한 수수료 논란, 골목상권 침해,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 등에 휩싸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등 일부 서비스를 폐지했고 이에 따라 수익모델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기업공개(IPO)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당초 올해 BEP를 달성하고 내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익화에 제동이 걸리면서 주관사 선정을 잠정 연기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상장 일정을 강행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으나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상장과 관련해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우티·타다 가세에…뜨거워진 모빌리티 경쟁
카카오모빌리티가 주춤하는 사이 경쟁업체들은 추격에 나섰다. 티맵모빌리티와 타다가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모빌리티 시장의 판이 새로 짜일 전망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는 세계적인 차량 공유업체 우버와 손잡고 합작법인 우티를 설립했다. 지분은 우버가 51%, 티맵모빌리티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2015년 택시호출 서비스인 티맵택시를 출시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8년 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우버 역시 국내 시장에선 존재감이 미미했다.
우티는 내달 1일부터 티맵택시와 우버 앱을 통합해 하나의 우티 앱으로 서비스한다. 티맵모빌리티가 보유한 드라이버, 맵핑 서비스로 구성된 네트워크와 우버의 기술력을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비운의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는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에 인수됐다. 타다는 2018년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 승차공유 서비스로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으나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개정을 계기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타다는 지난해 말부터 가맹택시를 모집하며 재도약에 나섰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타다 인수를 통해 토스 결제 등 여러 금융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오는 12월에는 대형택시 서비스 '타다 넥스트'를 선보인다. 과거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대형 택시 영업으로 바꿔 영업에 나서는 것이다.
모빌리티 경쟁, 시장 파이 키울까
다만 경쟁자들의 등장이 카카오모빌리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기업들의 가세로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건전한 경쟁을 통해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모빌리티 시장에 플레이어들이 많지 않다 보니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고 시장에도 좋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며 "플레이어들이 많아지면 시장 규모가 커지고 그것으로 인해 이용자 선택권도 넓어지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규제에 막혀 경쟁국에 비해 뒤처진 측면이 있다"며 "카카오의 모빌리티 독점 문제도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버티지 못하니 카카오만 살아남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신생 업체가 뛰어든다고 해서 당장의 효과는 없겠지만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형 플레이어들이 앞장설 필요가 있다"며 "카카오의 독점을 규제하기보다는 왜 다른 업자들이 살아남지 못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혜선 (hs.lee@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