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진단키트, 백신 접종 확대에도 '쑥쑥'

권미란 2021. 10. 2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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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완화‧변이 등 확진자 증가 영향
자가진단키트 중심 성장세 지속 전망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당초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차츰 국산 코로나 진단키트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기 시작해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국산 코로나 진단키트 수요는 여전히 높다. 방역 완화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확진자 수가 국내외에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인들이 직접 구매, 검사할 수 있는 자가용 제품들의 판매율이 높다. 

코로나 진단키트는 의료진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가용'과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자가용'으로 나뉜다. 비강(코)에서 채취한 검체의 유전자 증폭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PCR(중합효소연쇄반응)과 손가락 채혈을 통해 검사를 하는 항체방식 제품은 전문가용이다.

이들은 검체를 분석하는 특수 장비가 필요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개인이 키트를 구입해 검체 채취 후 전문 검사기관으로 보내는 방식으로도 사용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문가용으로만 사용토록 하고 있다.

자가용 진단키트는 항원방식이다. 채취한 검체 시료를 샘플패드에 흡수시키면 시료가 이동하면서 발색 나노입자를 포함한 항체와 바이러스 항원이 결합한 결과가 나타난다. 검체는 비강이나 타액(침)을 채취하면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몇 분 안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간편하다. 임신진단키트(임신테스트기)와 같은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병원이 멀거나 고가의 코로나 검사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달 말 미국에서는 코로나 검사를 받은 한 30대 남성이 병원에서 약 6400만원의 비용을 청구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미국은 민간 의료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이 특정 보험사의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방문한 병원과 가입한 보험사가 계약을 맺은 곳이어야 한다. 또 가입한 의료보험이 계약상 보장하는 질병, 질환에 대해서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험 혜택을 받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코로나 검사에서 감염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진료비와 입원비, 치료비 등 고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자가진단키트는 해외에서 1만~3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다. 약국과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고 가격도 저렴해 병원을 방문해 전문가용으로 검사를 받는 것보다 자가진단키트로 직접 검사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국내에서도 자가진단키트 사용이 허용되면서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자가검사키트는 3개다. 에스디바이오센서, 휴마시스, 래피젠 등이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를 출시한 상태다. 

/사진=김용민 기자 kym5380@

올해 상반기 기준 자가진단키트는 매출은 큰폭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자가진단키트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는 국내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상반기 매출은 1조9595억원으로 지난해 연매출을 이미 뛰어넘었다. 유럽시장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휴마시스도 올 상반기 매출 465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연매출을 넘어섰다. 휴마시스는 셀트리온과 자가진단키트를 공동개발했다. 셀트리온이 지난달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해외 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용 진단키트에 집중하고 있는 씨젠, 랩지노믹스, 솔젠트, 진매트릭스 등은 매출이 급감했거나 정체됐다. 씨젠의 지난해 매출은 1조1252억원이었다. 올 상반기 매출은 6555억원으로, 올해 매출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이밖에 랩지노믹스, 솔젠트, 진매트릭스 등은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매출의 절반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올해 국내외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국산 코로나 진단키트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 진단키트 시장은 자가용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진단키트 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꼽혔던 '백신' 때문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 국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단계별 일상회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확진자 감소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방역 완화 영향으로 확진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1000명대를 유지하던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2000명대를 다시 넘어섰다. 국내 보건당국이 지난 18일 사적모임 인원수와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한 이후부터다. 또 해외에서는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에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코로나 진단키트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업계는 세계 각국이 방역 완화와 함께 '백신 패스'를 도입하면서 전반적으로 코로나 진단키트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방역당국은 백신 패스 도입으로 PCR 검사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과 함께 그에 따른 시설 이용 관련 PCR 검사의 유료 전환 검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일부 해외의 경우 항체검사로 음성확인서를 발급하는 곳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미접종자 및 미완료자가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PCR 및 항체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만큼 전문가용 진단키트 수요도 계속될 것"이라며 "만약 정부가 PCR 검사를 유료로 전환할 경우 해외처럼 전문가용 보다 자가진단키트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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