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는 최고였지만..'달콤쌉쌀하게' 끝나버린 스탈링의 꿈[슬로우볼]

안형준 2021. 10. 2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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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끝내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유망주가 결국 유니폼을 벗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최근 한 외야수와 결별했다. 1992년생, 29세로 더이상 유망주라 부를 수 없는 나이가 된 외야수는 버바 스탈링. 스탈링은 10월 27일(한국시간) "달콤쌉쌀한 기분이다. 야구에 평생을 바쳤다. 이제 인생의 제 2막을 기대한다"는 말과 함께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캔자스시티가 기대한 모습이 실현됐다면 스탈링은 지금 캔자스시티 타선의 중심으로 활약 중이거나 팀에 상당한 '유망주 패키지'를 남기고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활약 중이어야 했다. 하지만 스탈링은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고 30세가 되기 전에 유니폼을 벗었다.

스탈링은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 고졸 신인으로 참가해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캔자스시티에 지명됐다. 게릿 콜(PIT 지명), 대니 헐츤(SEA), 트레버 바우어(ARI), 딜런 번디(BAL)에 이어 5번째로 지명을 받았다. 앞선 4명은 모두 투수. 2011년 드래프트에서 야수 중 가장 먼저 지명된 스탈링은 앤서니 렌던(6순위), 프란시스코 린도어(8순위), 하비에르 바에즈(9순위), 조지 스프링어(11순위), 트레버 스토리(45순위)보다 일찍 호명됐다. 계약금은 750만 달러. 2019년 바비 위트 주니어(778만7400 달러) 이전까지 구단 최고액이었다.

스탈링은 5툴 플레이어의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명 직후인 2012시즌에는 MLB 파이프라인으로부터 전체 17순위 유망주로 선정됐다. '플러스 급'의 주력과 도루 능력, 중견수로 활약할 수 있는 뛰어난 수비능력과 강한 어깨, 완벽한 '힘(raw pawer)'을 가졌고 공을 때리는 능력(pure hitting)까지 충분하다는 것이 당시 MLB 파이프라인이 내린 평가였다.

하지만 스탈링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2015년이 돼서야 더블A 무대를 밟았고 싱글A에서도 돋보이지 못한 성적은 상위 레벨에서 더욱 떨어졌다. 트리플A는 커녕 더블A에서도 0.700 이상의 OPS를 기록하는 것이 벅찼던 스탈링에게 빅리그 데뷔는 너무나도 먼 꿈이었다.

캔자스시티의 구상대로라면 스탈링은 2015년 우승의 중심에 있었어야 했다. 메이저리그 대표 스몰마켓 구단인 캔자스시티는 1985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 2014년까지 다시 월드시리즈에 오를 때까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약 30년 동안 대부분의 시즌을 루징시즌으로 치른 캔자스시티는 드래프트 최상위권에서 특급 유망주들을 지명해 팀 전력을 모으는 것을 선택했다. 이른바 '탱킹'이다. 드래프트 1라운드 최상위권 지명자들은 당연히 팀 전력의 핵심이 돼야한다.

캔자스시티는 2015년 우승을 차지하며 목표를 이뤘다. 그 중심에는 알렉스 고든, 마이크 무스타커스, 에릭 호스머, 크리스티안 콜론, 루크 호체이버 등이 있었다. 하지만 스탈링은 2015년 더블A에 오른 것이 고작이었다. 스탈링은 팀의 두 차례 월드시리즈 진출과 2015년 우승에 기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우승 후의 전력 유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2016시즌에도 5할 승률을 기록한 캔자스시티는 이후 우승 전력을 해체하고 주축 선수들은 모두 떠나보냈다.

2005년 전체 2순위 지명자였던 고든이 30대에 접어들었을 때 스탈링이 성장해 외야를 함께 지킬 선수가 됐다면 캔자스시티의 화려한 시절은 더 지속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빌리 버틀러(2004년 14순위 지명)-고든(2005, 2순위)-무스타커스(2007, 2순위)-호스머(2008, 3순위)로 이어진 캔자스시티 드래프트 1라운더 야수의 명맥은 콜론(2010, 4순위)에서 약해졌고 결국 스탈링에서 사실상 끊겼다. 2년 뒤 지명된 헌터 도저(2013, 8순위)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캔자스시티는 현재 다시 '암흑기'를 버티는 중이다.

재능있는 유망주 한 명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캔자스시티는 스탈링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2015년 더블A에 데뷔한 스탈링을 룰5 드래프트에서 보호하기 위해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고 빅리그에 가까워지지 못하는 그를 마이너리그 옵션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40인 로스터에 두며 기다렸다. 옵션을 모두 소진한 2018년에는 그를 논텐더 방출한 뒤 다시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품었고 2019년 결국 빅리그 데뷔까지 시켰다.

2019년 데뷔한 스탈링은 2019-2020 두 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91경기를 경험했다. 통산 성적은 91경기 .204/.246/.298 5홈런 17타점 2도루. 드래프트 전체 5순위 지명자의 성적으로는 너무 초라했다. 캔자스시티는 2020시즌 종료 후 그를 논텐더 방출한 뒤 다시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품었고 올해 다시 한 번 빅리그에 도전할 기회를 부여했지만 스탈링은 끝내 빅리그 무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다만 2020 도쿄 올림픽에 미국 대표팀 일원으로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굉장한 기대도 받았지만 끝내 기대가 현실이 되는 일은 없었다. 캔자스시티 구단과 팬들에게 '애증의 존재'였던 스탈링은 결국 달콤쌉쌀한 11년의 추억과 함께 프로 생활을 마쳤다.(자료사진=버바 스탈링)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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