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의 폭풍 질주·48구 불꽃 마무리' 이들이 있어 KBO는 아직 살 만하다
프로야구 kt 노장과 SSG 마무리의 불꽃 투혼이 팀의 귀중한 승리로 연결됐다. 치열한 1위와 4위 싸움에서 팀이 밀리지 않게 만든 천금 활약이었다.
먼저 kt는 28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NC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5 대 2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 1 대 1 무승부의 아쉬움을 털었다.
2차전 승리로 kt는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가 없던 삼성과 0.5경기 차를 없애며 75승 58패 9무 동률을 이뤘다.
선수들의 투지가 만들어낸 승리였다. 만약 kt가 1차전 무승부에 이어 2차전에서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정규 시즌 우승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상황. 한때 6경기 차 1위를 질주했던 kt로서는 너무나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불혹의 리그 야수 최고참 유한준의 투혼이 빛났다. 유한준은 1 대 2로 뒤진 7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추격의 불씨를 일으켰다.
다음 장면이 압권이었다. 유한준은 후속 장성우의 큼직한 우중간 안타 때 1루부터 홈까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한 질주를 펼쳤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천금의 동점을 만들었다. 공격 교대 시간 선수들이 모여 다짐한 필승의 의지를 최고참이 몸소 보여준 것. 올 시즌 종아리 부상으로 고생했던 기억도 유한준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유한준이 당긴 불씨는 활활 타올랐다. 37살 역시 베테랑 박경수가 좌선상 적시타로 역전을 만들었다. 박경수가 2루까지 뛰다 아웃됐지만 kt의 불길은 거세게 타올랐다. 조용호, 심우준의 연속 안타로 4 대 2까지 달아났다.
여기에 유한준이 쐐기를 박았다. 8회말 유한준은 좌월 1점 홈런으로 5 대 2 승리를 자축했다. 7이닝 2실점에 개인 한 경기 최다인 12탈삼진을 기록한 윌리엄 쿠에바스의 역투도 유한준의 맹활약에 빛을 볼 수 있었다.
kt는 삼성과 나란히 2경기를 남겼다. kt는 29일 키움, 30일 SSG와 원정을 치르고 삼성은 NC와 원정 2연전이다. NC만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된 터라 kt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그러나 노장의 투혼이 팀을 일깨운 kt의 사기도 만만치 않다.
SSG도 이날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에서 4 대 3 승리를 거뒀다. 66승 63패 14무가 된 SSG는 4위 두산(69승 65패 8무)와 0.5경기 차를 없앴다. 승률에서만 3리 뒤진 5위다.
좌완 마무리 김택형(25)이 펼친 혼신의 역투가 승리를 지켜냈다. 김택형은 이날 8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무려 48구를 던지는 투혼으로 2이닝 세이브를 올렸다.
무엇보다 잇딴 수비 실책을 극복해 더 값졌다. 4 대 2로 앞선 8회 등판한 김택형은 정수빈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외야 뜬공을 유도했다. 그러나 평범한 타구를 중견수 김강민이 놓치면서 무사 2, 3루 위기를 맞았다. 이에 흔들린 김택형은 폭투로 1점을 내줬다. 박건우까지 볼넷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택형은 이내 침착함을 찾고 상대 4, 5번 김재환과 양석환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이어 대타 김재호를 땅볼로 유도해 직접 포구해 이닝을 마쳤다.
9회초에도 위기가 있었다. 김택형은 선두 허경민의 빗맞은 안타, 1사에서 강승호의 내야 안타로 1, 2루에 몰렸다. 포수 이재원의 포구 실책까지 겹쳐 2, 3루 위기는 더 커졌다. 이미 김택형의 투구 수는 40개를 넘은 상황.
하지만 김택형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더욱 강해졌다. 정수빈을 고의 4구로 내보낸 김택형은 만루에서 대타 최용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사 만루에서 다음 타자는 이날 홈런을 날린 바 있는 박건우. 김택형은 그러나 풀 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박건우를 역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포효했다. 지난 20일부터 하루 쉬고 등판하는 일정을 5경기째, 그것도 48개나 던지며 마무리한 아름다운 희생이었다.
SSG는 30일 kt와 홈 경기만을 남겼다. 두산은 29일 KIA, 30일 한화와 원정을 남긴 상황. 역시 KIA, 한화의 가을야구가 좌절된 상황에 SSG가 불리해 보이는 일정이다. 그러나 김택형의 불꽃투에 살아난 SSG의 사기도 하늘을 찌른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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