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막아라".. 포스코, 여의도보다 큰 제철소에서 자전거도 금지
조선소도 제한.. "사고 가능성 조금이라도 줄여야"
포스코(POSCO(005490))가 제철소 내 직원들의 오토바이·자전거 이용을 통제하기로 했다.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회사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달 18일부터 포항, 광양제철소 내 오토바이와·자전거 이용을 통제하기로 했다. 사업장 내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다. 다만 출·퇴근할 때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는 데 제한을 두지 않는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소 입구에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업장에 출입할 땐 출·퇴근용 순환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여의도 3배 크기 포항제철소 “교통사고 줄여야”… 직원은 “일터 어떻게 가나”
포스코는 제철소 안에서 오토바이와 자전거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이용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12월 포항제철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던 중 제철소 내에서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포스코는 사업장 내 오토바이 운행을 제한하려 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오토바이 사용 제한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달 7일 포항제철소에서 다시 한번 하청업체 직원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번에는 오토바이뿐 아니라 자전거까지 이용을 제한하기로 못 박았다.
직원들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등 개인 이동수단을 제한할 경우 직원들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업장이 워낙 넓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소의 사업장 규모는 950만㎡(약 287만평)로 축구장 990개, 여의도 3배 크기에 달한다. 포항제철소의 경우 정문에서 선강·압연 공장까지 거리는 10㎞에 달해 개인 이동수단 없이는 이동이 쉽지 않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특히 노조에 따르면 조기 출근하는 직원이나 정비를 위해 제철소 곳곳을 다니는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개인 이동수단은 필수라고 한다.
포항제철소엔 이른바 ‘8282′라 불리는 사내 이동 지원 차량이 있지만, 10여대에 불과해 협력사 직원까지 1만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제철소 내 신호등, 가로등, 차선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에 개인 이동수단을 제한할 게 아니라 사업장 내 교통 안전 시설 설치부터 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포스코는 오토바이, 자전거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사내 이동 지원 차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제철소 내 공장 별로 출·퇴근버스 및 업무 지원 차량 수요 파악에 나서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시행 석 달 남은 중대재해법… 발등에 불떨어진 최정우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까지 약 90일을 앞두고 포스코가 선제적으로 오토바이와 자전거 이용을 제한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업장 내에서 업무를 위해 이동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중대재해로 판단될 여지가 크다.
중대재해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포스코가 발간한 ‘2020 기업시민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장 내에서 사망한 인원은 2018년 5명, 2019년 2명, 2020년 4명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하자 최 회장은 올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포스코뿐 아니라 대규모 사업장을 지닌 조선업계도 오토바이 등 개인 이동수단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6월부터 울산 조선소 내 해양사업부(해양공장)에서 사내 오토바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오토바이 출입 제한을 요청해 제한하게 됐다”며 “대신 조선소 내 셔틀버스를 늘리고 배차 간격도 기존 30분에서 10분으로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오토바이 이용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속 20~30km로 속도를 제한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오토바이 대신 자전거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600만㎡(180만평),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는 500만㎡(150만평),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400㎡(120만평) 크기다.
재계 관계자는 “제철소나 조선소에는 중대형 차량과 중장비가 많아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중대재해법의 처벌 범위가 넓고 모호한 부분이 있어 기업 입장에선 작은 사고의 가능성이라도 최대한 없애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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