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위구르 분지서 발견된 4000년된 서양인 외모 미라, 알고보니 토착민이었다

조승한 기자 2021. 10.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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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원 서울대 교수팀 네이처 발표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남부 타림 분지 샤오허 묘지에서 발견된 자연 미라의 모습이다. 중국 신장문화유적고고학연구소 제공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남부에서 발견된 서양인 같은 외모를 가졌던 타림 분지 미라들이 고고학자들의 예상과 달리 지역 토착민인 것으로 유전자 분석 결과 확인됐다.

정충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중국 지린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팀과 신장 타림분지에서 발견된 미라의 게놈을 주변 지역에서 발견된 미라와 비교한 결과 다른 지역에서 온 이주민들과 유전적으로 섞이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2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타림 분지 내 타클라마칸 사막 전역에서는 외형이 인도와 유럽계와 비슷한 이들이 묻혀있는 샤오허(小河) 묘지가 20세기 초부터 곳곳에서 발견됐다. 미라들은 소가죽으로 싸인 보트 모양의 관에 묻혔다. 소금 사막의 뜨겁고 건조한 환경은 머리카락과 옷 하나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손상시키지 않고 보존했다. 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발견된 미라가 기원전 5000년부터 3000년까지 약 2000년에 걸쳐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타림분지에서 발견된 샤오허 묘지의 모습이다. 중국 신장문화유적고고학연구소 제공

이 지역의 후기 미라 중 일부는 신장위구르 지역보다 훨씬 서쪽, 현재는 우즈베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발견되는 모직물로 만든 의복과 함께 묻혔다. 무덤에는 기장, 밀, 동물 뼈와 유제품이 담겨 있었다. 유라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는 문화 특징인 농업과 목축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고고학계는 이들의 외모와 부장품 들을 토대로 시베리아에서 아프가니스탄이나 중앙아시아를 통과해 서쪽으로부터 이주한 이민자라는 가설을 정설로 여겨 왔다.

연구팀은 이들의 정확한 기원을 밝히기 위해 기원전 2100~1700년 전 타림 분지 공동묘지 지층에서 발견된 미라 13구의 게놈과 여기서 북쪽으로 수백 km 떨어진 신장 북부 준가르 분지에서 발견된 기원전 3000~2800년 전 미라 5구의 게놈을 분석했다. 그뒤 이들의 게놈을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고대인 그룹과 200개 이상 현대 인구 게놈과 비교해 기원을 추적했다.

연구진의 추적 결과 이들은 예상과 달리 주변 어느 인구와도 유전적으로 섞이지 않은 토착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부 신장에서 발견된 미라는 청동기 시대 중앙아시아 알타이 산맥에 자리잡은 ‘아파나시에보’ 문화속 인류와 게놈 일부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타림 분지에서 발견된 미라 13구는 자신들끼리만 게놈을 공유해 유전적으로 고립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샤오허 묘지에서 미라들을 발굴하는 모습이다. 중국 신장문화유적고고학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타림 분지의 미라가 이 지역에 청동기 시대 유입된 것이 아니라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시점에 이동한 플라이스토세 인류의 직계 후손으로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플라이스토세는 258만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 지질시대로 가장 최근 빙하기에 해당한다. 북방 침엽수림 지역에서 살던 고대 북유라시아인(ANE)이 조상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의 유전적 흔적은 현대 인구 게놈에서 극히 일부만 발견된다. 시베리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인구 중에는 약 40% 비율로 발견된다. 타림 분지 미라는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뜻하는 홀로세 인류와는 게놈적으로 혼합됐다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 교수는 “고유전학자들은 내부 유라시아의 유전적 역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홀로세에 살아남은 ANE 개체군을 오랫동안 찾아 왔다”며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하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유전적으로 고립됐으나 문화적으로는 고립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들 미라의 치아에 낀 퇴적물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소와 양, 염소 등의 우유 단백질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들이 주변의 유목민들과 교류하며 유목 기술을 배웠고 주변의 문화와 요리 기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봤다.

크리스티나 와이너 미국 하버드대 인류학 교수는 “유전적으로 고립됐음에도 불구하고 타림 분지 청동기 시대 사람들은 문화적으로는 매우 국제적이었다”며 “서아시아의 밀과 유제품, 동아시아의 기장, 중앙아시아에서 나는 약용 식물이 마황으로 요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샤오허 묘지의 관은 소가죽으로 덮혀 있고 관도 서양과 비슷한 보트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중국 신장문화유적고고학연구소 제공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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