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여자? 미국 여권에는 'X'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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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의 낙태권과 관련해 이견을 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에는 성소수자 권리를 놓고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 정부가 처음으로 성소수자의 성별 표기를 확대한 반면 교황청은 이탈리아 정치권이 추진한 차별금지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당국은 의료기록 없이도 자신이 규정한 성별로 여권 신청을 할 수 있으며, 내년에는 성별 표기와 관련해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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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상원은 '차별금지법' 부결시켜
교황청 "법안 문제" 전례없는 이의 제기
성소수자 놓고 바이든·프란치스코 엇갈려
최근 여성의 낙태권과 관련해 이견을 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에는 성소수자 권리를 놓고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 정부가 처음으로 성소수자의 성별 표기를 확대한 반면 교황청은 이탈리아 정치권이 추진한 차별금지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29일 바이든 대통령은 바티칸에서 교황과 회담할 예정인데, 이와 관련한 언급이 나올지 주목된다.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성별을 여성, 남성 이외에 ‘X’로 표시한 여권을 처음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스스로 성별을 규정하지 않거나 간성(intersex)인 사람들이 공식 신분증을 확보할 길이 열린 것이다.
국무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첫 여권 발급자가 누군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AP통신은 콜로라도주에서 2015년부터 관련 소송을 벌여 온 다나 짐(63)이 해당 여권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캐나다, 독일, 아르헨티나, 인도 등 국가들이 여권 성별 표기에 ‘X’와 같은 선택지를 추가로 제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성소수자 권리 확대를 포함한 다양성을 주요 가치로 삼고, 이에 따른 구체적 조치에 집중하고 있다. 당국은 의료기록 없이도 자신이 규정한 성별로 여권 신청을 할 수 있으며, 내년에는 성별 표기와 관련해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같은 날 이탈리아 상원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 법안을 부결시켰다. 앞서 동성애자인 알렉산드로 잔 민주당(PD) 의원은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혐오범죄를 일으킬 경우 최대 4년의 징역형을 내린다는 법안을 발의해 하원에서 통과시켰지만, 결국 상원에서 뒤집힌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교황청이 법안에 대해 개입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교황청은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해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교황청은 가톨릭 신자들이 성소수자 권리에 반하는 의견을 내놓을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에 공식 외교문서까지 전달했다. 교황청의 이의제기 뒤 진보·보수 정당 간 논쟁이 첨예해진 끝에 이날 극우 정당 주도로 차별금지법 저지 법안이 상원에 올라와 찬성 154표, 반대 131표로 통과됐다. 이탈리아 인권 단체에 따르면 매년 수백건의 증오범죄가 신고됨에도 많은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데 교황청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셈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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