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교황·바이든 면담 생중계 돌연 취소, '낙태 문제 이견' 때문?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1. 10. 29.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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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설명 없이 면담 비공개로 전환
'바이든 낙태 지지 영향 미쳤나' 분석 나와
같은 날 文대통령 생중계 일정, 취소 여부 안밝혀

바티칸 교황청이 28일(현지 시각) 프란치스코 교황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면담 생중계를 돌연 취소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부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 차 이탈리아 등 유럽에 머물 예정이다.

지난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맨 앞)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교황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것은 저때가 처음이었다. 교황 뒤 왼쪽에 앉은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 /AP, 뉴시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바티칸 공보실은 29일 예정된 교황과 바이든 대통령의 면담 장면 생중계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교황청은 교황과 바이든 대통령이 사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 인사를 한 뒤 앉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편집한 영상을 언론에 제공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바티칸으로 향하는 차량 행렬과 교황청이 그를 맞는 모습만 실시간 보도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교황청은 수 년 동안 주요 국가 정상 방문에서 TV 생중계를 허용해 왔었다. 이 때문에 교황청 특파원협회는 교황청의 생중계 취소 결정에 공식 항의했으며 해명을 요청했다고 AP는 전했다.

교황청의 결정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 지지’ 의견 표명을 해온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텍사스주의 강력한 낙태제한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달 1일 “이번 낙태제한법은 헌법적 권리를 무참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달 2일엔 “텍사스 여성들이 안전하고 합법적 낙태를 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살펴보도록 했다”고 밝혔고, 3일 “(낙태제한법은) 거의 반미국적(un-American)”이라고 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낙태를 ‘살인’이라고 규정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미국 내 가톨릭계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성체성사를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가 주최자가 아니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언론 접근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언론 자유의 가치를 믿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언론 접근이 가능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이든 면담 당일 문재인 대통령과도 만나기로 예정돼 있다. 교황청은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 면담도 생중계하기로 밝혔었는데, 취소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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