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지수 편입, 알고 보니 S&P 마음대로?
미국을 대표하는 주가 지수인 S&P500 편입은 투자자들에게 ‘대형 호재’로 인식된다. S&P500을 직접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 자산만 5조4000억달러(약 6295조원)에, S&P500을 벤치마크로 삼는 자산도 8조달러(약 9325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중순 신종 코로나 백신 제조사 모더나의 S&P500 편입이 결정되자, 모더나 주가는 한 달간 50%나 올랐다.
그런데 최근 ‘S&P 글로벌’에서 서비스를 구입하는 기업들이 S&P500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S&P 글로벌은 지수를 운영하는 회사인 ‘S&P 다우 존스 인디시즈’의 모회사다. 쿤 리 호주국립대 금융학 교수 등 3명은 최근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발표한 ‘주가 지수 멤버십은 판매용인가?’라는 보고서에서 “통계에 따르면 S&P500 편입 결정 시 상당한 수준의 재량권이 행사되고, 이 재량권은 기업이 S&P 글로벌에서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장려하는 방식으로 행사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S&P500 지수에 편입되려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어야 하며, 기업 시가총액이 131억달러(약 15조400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6개월 동안 매월 최소 25만주가 거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을 다 충족하더라도 지수 위원회 재량에 따라 편입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을 다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위원회의 재량에 따라 편입되는 경우도 있다. 리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2015~2018년 S&P500에 추가된 기업 가운데 매년 3분의 1이 편입 기준 중 하나 이상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간 기업 118~144곳이 편입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도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
이들은 재량권 행사가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신용 등급 구매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2002년 S&P 다우 존스 인디시즈가 미국에 본사가 없는 기업을 지수에서 제외하는 규칙 변경을 발표하자 외국계 기업의 S&P 글로벌 등급 구매가 72.2%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S&P 글로벌 다음으로 가장 큰 신용 등급 제공 업체인 무디스의 경우엔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 기존 S&P500 회원사 간 인수·합병이 발생해 지수에 공석이 생겼을 때 지수 편입 가능성이 있는 시가총액 300~700위 이내 기업의 신용 등급 구매가 활발해지는 경향성도 발견했다. 반면 지수 편입 가능성이 낮은 1000위 밖 기업들은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익명의 S&P 다우 존스 인디시즈 임직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S&P 글로벌은 이해 상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P 글로벌은 “S&P 다우 존스 인디시즈와 S&P 글로벌 레이팅은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별도의 사업”이라며 “지수 무결성을 보호하고자 분석 활동과 상업 활동을 분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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