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도 속는다, 대세가 된 대체육 시장
대체 해산물까지 등장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널드는 다음 달 3일부터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미국 주요 8개 지역에서 식물성 고기로 만든 버거를 판매할 계획이다. ‘맥플랜트(McPlant)’라는 이름의 버거에는 소고기 대신 완두콩, 쌀, 감자 등으로 만든 패티가 들어간다. 맥도널드는 지난 2월부터 스웨덴,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유럽 일부 매장에서 맥플랜트 버거를 시험 판매해왔는데, 9개월여 만에 미국 매장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높은 생산 비용과 유통 채널 문제로 저변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대체육(代替肉) 시장이 친환경 트렌드와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체 소고기와 돼지고기 상품 개발에 집중하던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수요가 늘면서 닭고기, 각종 해산물 등 다양한 종류의 육가공 식품으로까지 대상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 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19년 45억1000만달러(약 5조33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대체육 시장이 연평균 7.2%씩 성장해 2027년 88억2000만달러(약 10조4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식물성 재료로 고기와 우유 대용품을 만드는 일은 더 이상 새롭거나 복잡하지 않다. 기술 발전으로 대체육의 제조와 유통이 훨씬 용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식물성 고기’가 대세
대체육은 크게 동물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와 식물 성분을 사용한 고기로 나뉜다. 향과 질감, 맛에서 실제 고기와 더 비슷한 것은 단연 ‘동물세포 배양식’이다. 소나 돼지, 닭 등 동물의 근육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각종 영양 물질이 들어 있는 배양액에 넣고 키우기 때문에 실제 고기와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게 치명적 단점이다. 최근 일본 오사카대 연구진이 세포 배양식으로 일본산 소고기 ‘와규(和牛)’를 만드는 데 성공했는데, 1㎝를 배양하는 데 3~4주가 걸리고, 1g 생산에 1만엔(약 10만3000원)이나 들었다.
반면 콩과 같은 곡물에서 식물성 단백질을 추출해 만드는 식물성 고기는 기술 장벽이 훨씬 낮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식물기반식품협회(PBFA)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식물성 고기 판매액은 14억달러(약 1조6600억원)로 전년 대비 45% 늘었다. 실제 고기와 똑같은 맛과 향을 느낄 수는 없지만 제법 비슷하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것이 최대 강점이다. 단순히 콩을 갈아 만든 콩고기와 달리 식물성 고기는 단백질을 추출해 섬유질·효모 등과 혼합하므로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구현한다. 코코넛 오일 등을 활용해 고기의 육즙을 재현하기도 한다.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Vox)에 따르면 임파서블푸드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대체육 업체인 비욘드미트의 1파운드(453.6g)당 소고기 패티 생산 비용은 지난 2019년 4.5달러에서 작년 3.5달러까지 하락했다. 월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일반 소고기 패티 가격(평균 3~4달러대)에 근접해진 것이다. 임파서블푸드도 소고기 패티 100g당 가격을 2달러대까지 내렸다. 현재 미국 던킨 매장에서는 비욘드미트의 소시지 샌드위치가 일반 소시지 샌드위치와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대체육 공략 나선 국내 기업들
국내의 경우,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0억원대로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대체육이 채식과 함께 건강 및 친환경식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대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2016년부터 대체육을 연구해 온 신세계푸드가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최근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만들고, 첫 상품으로 돼지고기 대체육 햄 ‘콜드컷’을 내놨다. 신세계는 지난 4월 대체육 치킨 너깃을 출시했는데, 한 달 만에 10만개가 완판되기도 했다.
농심그룹은 올 초 수분 함량이 높은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HMMA)을 간편 식품에 접목한 브랜드 ‘베지가든’을 출시했다.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다짐육을 비롯해 완자, 만두 등의 조리 냉동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베지가든을 연매출 1000억원 규모의 대형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롯데푸드의 대체육 브랜드 ‘제로미트’와 풀무원이 만든 닭가슴살과 비슷한 질감의 ‘두부 텐더’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체 해산물’까지 확산… 친환경 논란도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해산물까지 식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부쩍 늘고 있다. 해산물 역시 양식 과정에서 어류의 배설물이나 사료 찌꺼기로 인해 부영양화(富營養化)와 적조(赤潮)가 발생하는 등 환경오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건조 토마토 과육에 올리브유와 조류(藻類) 추출물, 향신료 등을 가미해 만든 식물성 참치, 조류와 완두콩 단백질을 주원료로 만든 훈제 연어 등이 개발됐다.
일각에선 대체육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대체육이 친환경적이고 건강에 이롭다는 인식이 허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임파서블푸드는 유전공학 기술로 변형한 맥주 효모에서 고기가 붉은색을 띠게 하는 ‘헴’ 분자를 추출하는데, 이 과정이 GMO(유전자변형생물체) 생성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대체육 업체들이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농작물과 물을 소비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WEEKLY BIZ를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Newsletter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7676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천 강화에서 쌀 담긴 페트병 北에 보내려던 탈북민단체 적발
- 6·25 다부동 전투 전사 경찰관, 74년 만에 현충원 안장
- 뭉툭해진 탑재부... “北 화성-19, 다탄두로 美 도시들 동시 타격 위협”
-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비빔대왕’ 유비빔, 식당 불법영업 고백
- 문다혜, ‘前남편 특혜 채용 의혹’ 검찰 참고인 조사 재차 불응
- 70대 운전자, 중앙선 넘어 식당으로 돌진...4명 경상
- ’다자 연애’ 대학생 실명∙얼굴 공개한 목사, 벌금형 확정
- AMD,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절반 육박...인텔도 제쳤다
- 돼지 운반 차량 전도, 돼지 30마리가 고속도로에 쏟아져
- 美2살 아이 뱀 물려 응급실 갔더니 청구서 ‘4억원’...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