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꼴찌들의 대반란'

성진혁 기자 2021. 10. 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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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양대 리그 최하위팀 오릭스·야쿠르트, 시즌 1위 올라

이보다 더 극적인 ‘꼴찌들의 반란’은 없었다. 일본 프로야구 양대 리그(센트럴·퍼시픽)의 작년 최하위 두 팀이 올해 나란히 정규 시즌 1위에 오르는 사상 초유의 이변이 일어났다.

오릭스 버펄로스는 27일 퍼시픽리그 1위(70승55패18무)를 확정했다. 미·일 통산 4367안타의 주인공 스즈키 이치로(은퇴)가 활약했던 1996년 이후 25년 만의 쾌거였다.

오릭스는 200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초까지 구대성, 이승엽, 박찬호, 이대호가 몸 담았던 팀이라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강팀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20년간 최고 성적은 2위 두 번(2008·2014년)이었다. 2019·2020년은 최하위인 6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작년 8월 1군 감독 대행을 맡았던 나카지마 사토시(52) 감독이 올해 1군 사령탑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탈바꿈이 시작됐다. 오릭스의 전신 한큐에서 1987년 데뷔한 포수 출신 나카지마 감독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경쟁심을 자극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143경기를 치르는 동안 130개의 타순을 선보였다고 한다. 변화를 통해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특히 중심 타순인 4번 타자 자리에 8명을 기용했다. 이 중 스기모토 유타로(30)는 리그 홈런왕(32개)을 차지했다. 앞선 5시즌 통산 홈런이 9개였음을 고려하면 눈부신 성장이었다.

우완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3)는 구단 신기록인 15연승을 포함해 18승(5패)로 다승왕을 했다. 2019·2020년에 거둔 승수(총 16승)보다 많았다. 야마모토는 다승 외에 평균자책점(1.39), 탈삼진(206개) 1위도 하며 일본 최고 투수에게 돌아가는 ‘사와무라 상’을 예약했다. 그는 지난 도쿄올림픽 한국전에 선발 등판(5와 3분의 1이닝 2실점)해 국내 팬들에게도 알려졌다.

나카지마 감독은 1위를 확정하고 나서 “25년간 우승을 못해 선수들에게 어떻게든 우승 경험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정말 팬들을 오래 기다리게 했다”면서 “이제 모두가 새롭게 역사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다음 단계로 가서 (재팬시리즈) 정상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25년 전 나카지마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이치로(48·은퇴)도 ‘친정팀’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1995년 한신 대지진을 경험하고 ‘힘내자 고베’라는 구호 아래 팬 여러분과 함께 싸워 우승한 것이 지금도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라고 했다. 오릭스는 1996년 퍼시픽 리그 1위에 이어 재팬시리즈 챔피언(통산 4번째)에 올랐다. 2005년부터 연고지를 고베에서 오사카로 옮겼다.

센트럴리그의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73승50패18무·잔여 2경기)는 지난 26일 2015년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8번째 리그 1위를 결정지었다. 핵심 선수는 리그 MVP(최우수선수)가 유력한 내야수 무라카미 무네타카(21)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연소 시즌 100타점을 달성(112개)하고, 홈런 39개를 터뜨리며 팀 OPS(출루율+장타율) 1위인 야쿠르트 타선을 이끌었다.

야쿠르트의 다카쓰 신고(53) 감독은 40세였던 2008년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마무리 투수로 뛴 경력이 있다. 당시 18경기에서 1승 8세이브(평균자책점 0.86)를 기록했다. 일본·미국·한국·대만 무대에서 뛰다 은퇴한 이후엔 야쿠르트 투수 코치와 2군 감독을 거쳤고, 지난해 1군 지휘봉을 잡았다. 다카쓰 감독은 “올해 전지훈련을 시작하면서 ‘2년 연속 꼴찌(6위)의 설움을 갖고 시즌을 준비하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싸워줬다”고 말했다.

야쿠르트는 강점인 타선 외에 마운드의 안정까지 찾으면서 전력이 급상승했다. 2년 연속 팀 최하위였던 평균자책점이 올해는 3위(3.45)로 좋아졌으며, 팀 세이브(44개)와 홀드(149개)는 1위를 했다. 야쿠르트는 2001년 이후 20년 만의 재팬시리즈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일본 프로야구는 다음 달 6일부터 포스트 시즌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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