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트래픽 최소 시간대 심야작업 한다더니 낮에 강행

박건형 기자 2021. 10.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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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전국 인터넷 마비 사건, 어처구니없는 人災

지난 25일 전국적으로 85분간 발생한 KT 유·무선 인터넷망 마비 사고는 야간 작업으로 승인받은 핵심 장비 교체를 대낮에 진행하면서, 최소한의 안전 규정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KT의 관리 소홀과 협력업체의 안이한 업무 방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였던 것이다. KT와 함께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KT에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피해 보상안 마련을 요구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29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야간 작업 승인받고, 낮에 설치

KT 사고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25일 협력업체의 장비 설치는 야간 작업으로 승인받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인터넷 트래픽이 가장 적은 시간대에 작업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장비 설치를 맡은 협력업체에서 대형 장비 반입을 야간에 하기 어렵다며 오전에 미리 장비를 반입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협력업체에서 우선 장비 반입과 설치 준비만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장비 설치와 시스템 설정까지 진행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인터넷 트래픽 경로를 지정하는 명령어를 한 줄 빠뜨린 채 입력했고 이것이 전국적인 인터넷 마비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조사단은 KT와 협력업체 모두가 통신시스템을 다루면서 지켜야 할 규정을 어긴 것도 확인했다. 협력업체는 승인받은 작업 시간을 자의로 변경했지만 KT 부산지사 관계자들은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장비를 설치하면서도 사고 발생에 대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장비의 교체나 유지·보수 과정을 할 때는 특정 기기의 문제가 전체 통신망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데이터 송수신 우회로를 미리 설정하거나 백업 장비를 준비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장비는 KT가 처음 도입하는 장비인데도 사전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고 비상시 작업 매뉴얼도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이한 대처가 전국을 마비시킨 것”이라며 “어처구니없는 실수”라고 말했다.

◇구현모 “약관 관계없이 보상”

구현모 KT 대표는 28일 서울 혜화지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력사가 작업했지만 근본적 관리·감독 책임은 KT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기존) 약관과 관계없이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KT 인터넷 서비스 약관에는 3시간 이상 연속 장애와 1개월간 누적 6시간 초과 장애만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85분간 이어진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유·무선 인터넷, 인터넷 전화, 인터넷 TV는 물론 카드 결제 시스템과 배달앱 등도 마비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 만큼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KT는 29일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피해 보상과 약관 개정을 논의하고, 다음 주부터는 피해 신고센터도 운영할 방침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 8월 기준 KT의 이동통신과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가 3500만 명에 이르는 데다, 사고가 점심 시간대에 발생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예상외로 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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