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절반 줄인 바이든 "대통령직 운명, 다음 주 결정될 것"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1. 10. 29.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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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9월간 핵심 의제 '복지 법안' 통과 못 시켜
민주당 의원들에 "상하원 다수당의 운명도 걸려 있어"
3.5조 달러 대신 1.85조 달러 예산안 제시하며 승부수

조 바이든 미(美) 대통령이 유럽 순방 당일인 28일(현지 시각) 이번 행정부 최우선 어젠다인 ‘사회복지 예산안’ 규모를 당초보다 반으로 줄인 절충안을 내놨다. 당초 이 법안은 3조5000억 달러(한화 약 4096조원)로 제시됐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일각의 반대에 부딪혀 계속 통과가 되지 않자 절반 수준인 1조8500억 달러로 깎은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0월 20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전차박물관을 둘러본 뒤 인프라·사회복지 투자 구상안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유럽행 비행기를 타기 전 오전 일찍 하원 민주당 의원들과 모임을 갖고 “(예산안의 운명이) 다음주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하원과 상원에서의 다수당 (유지), 그리고 내 대통령직 수행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하는 건 절대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미 언론 악시오스가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집권 1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바이든표’ 주요 성과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이번 법안 통과가 절실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투표(vote), 투표, 투표!”라고 소리치며 응답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첫 일정으로 의회를 찾은 것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새로이 마련된 지출 법안 골자를 소개하고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당내 급진파로 분류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 등은 공화당 반대에도 해당 법안 예산을 깎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 맨친, 키어스틴 시너마 상원의원 등 이른바 ‘중도파’는 공화당과의 합의를 위해 관련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로 충돌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임 이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한 연설에서도 이들을 의식한 듯 “나를 포함해 누구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이게 바로 타협이고 의견 일치”라며 “이를 위해 내가 계속 달려왔던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3조5000억 달러 복지 예산이 공화당 반대에 부딪히자 민주당 자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예산 조정’ 절차를 도입하려고 했었다. 여야(與野) 50 대 50로 동수인 상원 의석 분포상 민주당 내 이탈자가 한 명도 없어야 하지만 조 맨친, 커스틴 시네마 등 중도파 의원 2명이 예산 규모와 증세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과의 협의를 통해 예산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고, 결국 이날 절반까지 규모가 축소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절충안에는 3~4살 어린이 2년 무상 보육, 아동 및 근로소득 세액 공제 확대, 고령층·장애인 홈케어 등 복지 방안이 담겼다. 이 분야 투자 금액만 총 7500억 달러에 달한다. 아울러 메디케어(고령층 의료 보험) 적용 범위를 청력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 법안에 담겼다.

기후 분야 대응 자금도 책정됐다. 특히 재생 에너지와 관련해 빌딩, 교통, 산업, 전력, 농업 등 분야에 5550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백악관은 “역사상 재생 에너지 경제 분야에 가장 큰 단일 투자”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52% 감축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부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 차 유럽에 머물 예정이다. 해외 순방을 떠나기 직전까지 여러 일정을 잡은 것도 예산안 통과를 위한 당내 설득을 최대한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을 모두 만족 시킬 지는 의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예산안의 대폭 축소는) 중도파 의원들에게 규모를 축소 시켰다고 주장할 명분을 줬지만, 진보파 의원들에겐 실망을 안길 것이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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