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엽의고전나들이] 신발 한 짝의 깨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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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한 켤레가 나란히 놓여있는 모습은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것은 한 켤레가 아니라 한 짝만 있는 경우인데, 나머지 한 짝의 행방이 궁금해지면서 무슨 사고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마련이다.
한 사내가 그 일을 기꺼이 해 마침내 불사가 끝났고, 사내는 그 여인을 찾아 절로 들어섰는데 여인은 이내 뒷문으로 달아났다.
신데렐라와 콩쥐가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이, 관음보살이 남긴 버선 한 짝이 우리를 좀 더 넉넉하고 온전한 삶으로 인도해주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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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유명한 사찰인 수덕사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절이 퇴락해 중수(重修)해야 했으나 형편이 어려웠다. 이때 어떤 어여쁜 여인네가 나타나 그 일을 자임하고자 했다. 그녀라고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미모에 반한 사람들이 그녀에게 구혼했고, 그녀는 절을 중수하기만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한 사내가 그 일을 기꺼이 해 마침내 불사가 끝났고, 사내는 그 여인을 찾아 절로 들어섰는데 여인은 이내 뒷문으로 달아났다. 사내가 황급히 그녀를 잡아보았으나, 버선 한 짝만 남기고는 절 뒤의 바위틈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대개의 전설이 그렇듯이, 그래서 그 흔적을 담고 있는 바위가 ‘관음바위’이며, 관음바위 주위에 버선 모양으로 피는 꽃이 ‘버선꽃’이라는 뒷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관음바위라고 했다는 것은 그녀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 관음보살이라는 뜻이다. 보살이 아리따운 자태의 여인이 돼 사내 앞에 선 뜻은 사내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함이 아니라 사내를 깨쳐주기 위함이라는 속뜻이 읽힌다. 돈으로 여인의 마음을 사보겠다고 덤벼드는 일과, 재물을 희사해 절을 중수해보겠다고 나서는 일은 극과 극인데, 그 양극단을 하나로 비끄러매었으니 과연 관음보살답다. 속되게 시작한 일이 비록 실패나 무위에 그치더라도 그 덕에 성스러운 과업에 닿을 수 있다면 그만 한 기적이 없을 성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기적이 이야기 속에서나 있는 것으로 치부할 때, 나는 성스럽고 고상하지만 너는 속되고 상스럽다는 식의 대립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비록 속된 일에 매몰돼 살더라도 성스러운 일에 다가설 수 있다는 희망이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것 같다. 신데렐라와 콩쥐가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이, 관음보살이 남긴 버선 한 짝이 우리를 좀 더 넉넉하고 온전한 삶으로 인도해주길 고대해본다.
이강엽 대구교대 교수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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