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캠프, '음식점 허가총량제' 방어하려 백종원까지..자막도 틀려

손덕호 기자 2021. 10. 2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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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대변인, 2018년 국정감사 사진 두 장 제시
백종원이 '진입장벽' 말했다는 것..실제 취지는 '준비 지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음식점 허가총량제’ 발언이 야권 후보로부터 난타를 당하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 측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자영업자 진입장벽’에 찬성했다는 주장을 하며 방어에 나섰다. 그런데 백 대표의 주장은 요식업 창업을 하려는 사람이 더 많이 준비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허가’를 말한 이 후보의 주장과는 맥락이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 상점에서 떡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후보, 소상공인 어려움 잘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

이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찬대 의원은 28일 논평에서 야당의 비판에 대해 “이 후보가 ‘시행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는 설명까지 했지만, 자기 아젠다 없는 정치인들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원색적 언어만 난무한 비판”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서울에 약 8만7000개 치킨집이 있는데, 전세계 맥도날드 체인점 수와 맞먹는다”며 “사회 안전망이 약한 경제 구조에서, 진입장벽이 낮은 소규모 서비스업 창업에 뛰어들어 과잉경쟁 속에서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의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방 안의 코끼리’처럼 모두가 알면서도, 너무 거대하고 무거워서 언급하길 꺼리고 있다”고 했다. 또 “이 후보가 음식점 총량 허가제까지 고민한 것은 소상공인이 처한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찬대 의원이 28일 밤 논평과 함께 배포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2018년 10월 국정감사 발언. 회의록 확인 결과 사진 속 자막은 백 대표의 발언과 취지가 다르거나, 아예 엉뚱한 단어가 들어갔다. /이재명 후보 캠프 제공

◇백종원이 ‘외국은 허가가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는 주장…실제 발언은 ‘인스펙션’

박 의원은 “아래는 2018년 국정감사 중 백종원씨가 자영업자의 진입장벽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는 장면”이라는 글로 논평을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두 장의 사진을 배포했다. 백 대표가 “자영업의 진입장벽을 높게 해서 준비과정을 거친 뒤에 들어와야”, “외국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자리에 매장을 열려면 최소한 1년, 2년 걸립니다. 왜냐하면 허가가 잘 안 나오기 때문에”라고 말하는 자막이 달린 TV화면 캡처 사진이다.

그런데 박 의원이 올린 두 장의 사진은 백 대표의 발언 취지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백 대표는 2018년 10월 20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국회 회의록에 기록된 백 대표의 ‘진입장벽’에 대한 당시 발언은 다음과 같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골목상권에 들어오는 사람이나 청년몰에 창업하는 사람들이 창업을 하고 나서 지원보다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원하는 무슨 교육 프로그램이라든지, 아니면 함부로라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진입장벽을 조금 더 높게 해서 뭔가 준비 과정을 거친 다음에 들어와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데 좀 투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후보처럼 정부가 인위적으로 ‘허가’ 제도를 둬서 국민들이 식당을 창업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니라, 창업 희망자들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이다.

또 다음은 ‘외국은 매장을 열려면 허가가 필요하다’는 장면에 대한 실제 백 대표 발언이다.

“예, 감히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사실 외식업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저도 미국에 매장을 준비하고 해 봤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새로운 자리에 매장을 열려면 최소한 1년, 2년이 걸립니다. 왜냐하면 인스펙션(inspection)이 안 나오기 때문에. 그 사이에 그렇게 식당을 쉽게 못 하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신고만 하면 바로 할 수 있는 게 문제고, 사실은 식당을 준비하는 분들이 그렇게 쉽게 오픈할 수 있다 보니까 너무 겁 없이 뛰어들다 보니까 준비성 없이, 그래서 제 생각에는 사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상황이 이렇게 쉽게 식당을 열면 안 되는 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도 되어야 되고, 제가 골목식당이라는 방송을 하지만 사실 그것 오해하시는 게 이게 식당을 하라고 부추기는 거라고 오해하시는데 그게 아니라 ‘하지 마세요’라는 거거든요, 준비가 없으면.”

실제 백 대표의 발언은 ‘허가’가 아닌 ‘검사(inspection)’이다. 식당 개업을 위해 관공서에서 안전과 위생 점검을 한 후 ‘인스펙션’을 내어 주는 등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이다.

◇이재명, 해명하다 ‘불나방’ 새로운 논란…윤석열 “조국의 ‘가붕개’ 생각나”

앞서 이 후보는 전날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서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며 “마구 식당을 열어서 망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좋은 규제는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식당 운영 실패로) 자살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후보들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국가가 국민 개인의 삶까지 설계하겠다는 것이냐”라며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기득권 보호를 위한 구시대적 관권(官權)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북한 김여정의 말인 줄 알았다”며 “이 후보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이해가 초등학생 수준도 안 된다”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문제 자체를 찢으려 하지 말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화면. /인터넷 캡처

논란이 되자 이 후보는 “국가 정책으로 도입해 공론화하고 공약화해 당장 시행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다 자유라고 정해놓고 마치 불나방이 촛불을 향해 모여드는 건 좋은데 너무 지나치게 가까이 가서 촛불에 타는 그런 일들을 막는 것이 국가공동체를 책임지는 공직자들의 책임”이라고 했다.

이 발언으로 이 후보가 식당 창업을 원하는 국민을 ‘불나방’에 비유했다는 논란이 새롭게 일었다. 윤 전 총장은 “이 후보가 보기에 국민은 정부가 간섭하고 통제해야 자립할 수 있는 어리석은 존재”라며 “평소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이어 “이 후보의 국민관은 국민을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에 빗댄 조국 전 장관의 그것과 닮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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