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총통 "대만에 미군 주둔" 공식 인정
[경향신문]
CNN 인터뷰 “미국과 협력”
1979년 미군 철수 이후 처음
미 “대만 방어할 것” 밝힌 뒤
중국은 무력시위…위기 고조
차이잉원(蔡英文·사진) 대만 총통이 미군이 군사훈련 지원을 위해 대만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대만을 도울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중국은 처음으로 상륙 작전에 사용할 수 있는 공격용 헬기와 수송용 헬기까지 동원해 공중 무력시위를 벌이며 대만을 압박했다.
차이 총통은 27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의 방어 능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과 광범위한 협력을 하고 있다”며 미군이 훈련 목적으로 대만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정확히 얼마나 많은 미군 병력이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는 않다”고 밝혔다. CNN은 대만 총통이 미군 주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수십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공식적으로 대만에 있던 미군을 철수시켰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 특수부대와 해병대가 대만의 군사 훈련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만 국방부도 언론에 미군이 대만에서 군인들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가 곧바로 이를 부인했다. 미국과 대만 모두 그동안 공식적으로 시인하지 않았던 미군의 대만 주둔 사실을 차이 총통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차이 총통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의 위협이 매일 증가하고 있다”며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대만을 도울 것으로 믿는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CNN 타운홀미팅 행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은 방어할 책무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미국과 대만의 계속된 밀착과 이에 맞서는 중국의 압박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6일 WZ-10 공격헬기 1대와 Mi-17 수송헬기 등 군용기 7대를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켰다. 중국 군용기들이 연일 대만 ADIZ를 넘나들고 있지만 공중 무력시위에 공격헬기와 수송헬기를 함께 동원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상륙 작전을 가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은 “스푸트니크 순간”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중국의 군사기술 신장에 강한 위기감을 보이고 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27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최근 중국이 실시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에 대해 “이는 매우 중대한 기술적 사건”이라면서 “지금이 스푸트니크 순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에 매우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 순간은 구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려, 소련보다 앞서 있다고 자신했던 미국 등 서방을 놀라게 한 사건을 말한다. 중국의 군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미국이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면서 신군비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베이징 | 이종섭·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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