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항 유리벽에 '쿵'.."새들아, 정말 미안해"
[경향신문]
지난 27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애월항. 부두에 쌓인 모래 등을 실어 나르기 위한 화물차 등이 분주히 운행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애월항 입구를 제외한 항구 둘레에 투명한 유리벽인 방진벽이 설치돼 있다. 방진벽은 628m에 걸쳐 높이 3~5m 규모로 2018년 준공됐다.
문제는 새들이 비행 중 투명하고 반사성이 있는 유리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애월항에서도 새들이 유리벽을 자연환경의 일부로 생각하고 날아가다가 벽에 부딪혀 부상을 입거나 죽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특히 새들은 비행속도가 빨라 유리벽에 충돌했을 때 충격이 매우 크고, 두개골 골절 등의 손상도 쉽게 나타난다.
제주도는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 2억2000만원을 투입해 지난 15일부터 애월항 투명 방진벽에 특수필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야생조류에게 보이지 않는 ‘죽음의 벽’인 유리벽에 새들이 인식할 수 있는 무늬가 있는 필름을 한 겹 더 입히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날 애월항에서는 노동자들이 유리벽을 세제로 깨끗이 닦고 특수필름을 꼼꼼하게 붙이고 있었다. 특수필름에는 가로와 세로 5㎝ 간격으로 흰색의 점이 인쇄돼 있다.
환경부의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을 보면 야생조류는 대부분 눈이 머리 측면에 위치해 전방에 대한 거리 감각이 떨어지고 전방 구조물 인식이 어렵다. 이 때문에 패턴과 불투명도, 색깔 등을 활용해 조류가 유리벽을 인지해 통과하지 않도록 충돌 저감 필름을 부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류는 패턴의 높이가 5㎝, 폭이 10㎝ 미만이면 그 사이를 통과해 날아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애월항 방진벽 특수필름 공사는 시민들의 건의에서 시작됐다. 함승우씨(22)는 “대학에서 동물 관련 공부를 하던 중 새들이 유리벽을 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지난해 6월부터 애월항 방진벽 주변을 조사했다”며 “매월 1~2회 조사할 때마다 물총새·흰배지빠귀 등 10마리 안팎의 새 사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확인한 새의 사체만 90여마리, 다른 도민들이 발견한 사체까지 감안하면 110여마리에 이른다”며 “특수필름이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주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공 이후에도 조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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