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친척 6명 숨져"..한때 세계 최고 사망률 '나미비아'

유원중 2021. 10. 2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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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싱가포르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은 높은 백신 접종률에 힘입어 ​속속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고 있죠.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황이 여전히 열악합니다.

KBS가 국내 방송사 중 처음으로 아프리카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먼저 나미비아의 비극을 유원중 특파원이 전합니다.

[리포트]

광활한 나미브 사막을 가진 아프리카 남서부 국가 나미비아.

인구밀도가 낮아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코로나 위협은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에서 8월 사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번졌습니다.

7월 중순에는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환자가 몰려들자 현지 병원들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병원 간호사 : "코로나 증상이 있는 사람은 구급차를 불러 코로나 검사소로 보냈습니다. 증상자들을 병실에 격리시켜 두는 게 전부였죠."]

나미비아 시내의 한 공동묘지.

최근에 만들어진 코로나19 사망자들의 무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판 베이크/장례사 : "냉장시설이 꽉 차서 시신이 일부 부패됐습니다. 가족이 찾아와서 아버지 시신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2004년 미스 나미비아로 선발돼 유명했던 리파 사키씨.

사키씨도 코로나19로 한 달 새 친척 6명을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장례식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겁니다.

[리파 사키/전 미스 나미비아 : "많은 사람이 장례식에 참석한 뒤에 이모가 코로나19로 숨진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재앙이 시작된 거죠."]

비극은 베타 변이가 창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거주하던 나미비아인들이 대거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바이러스를 퍼트렸기 때문입니다.

인구 250만 명,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밀도가 낮은 나미비아가 지난 6월과 8월 사이 남아공보다 최고 5배 높은 사망률을 기록한 겁니다.

8월까지 나미비아의 백신 접종률은 2%에 불과했습니다.

나미비아에서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김석훈

“코로나보다 무서운 불평등 바이러스”

[앵커]

그럼 취재를 마치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유원중 특파원을 연결해보겠습니다.

유 특파원! 나미비아 상황이 취재 이후에는 좀 나아졌습니까?

[기자]

네, 8월까지 2%에 불과했던 나미비아의 접종률은 현재 9%로 아프리카 평균 5%보다 높아졌고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도 원래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코백스를 통한 백신 공급, 특히 중국 백신이 대량으로 공급돼 중단됐던 백신 접종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미신이나 거짓 정보를 믿으면서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고, 아직도 백신 공급량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앵커]

직접 아프리카를 취재하면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거 같아요.

[기자]

제가 아프리카에서 목격한 점은 백신 접종률이 엄청 낮은데도 일상생활에 큰 제한이 없다는 겁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급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백신 없는 위드 코로나를 하고 있는 셈인데요.

저는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는 했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도처에 많을 수 있다는 점이 취재를 하면서 걱정되기는 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가장 우려하는 것도 후진국이 낮은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 나갈 경우 새로운 변이가 나올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건데요.

선진국과 가난한 나라 사이의 크게 벌어진 백신 접종률 차이는 도덕적으로 비판받아야 할 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팬데믹 종식을 위해 기울인 전 세계적인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은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건 바로 불평등 바이러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리였습니다.

유원중 기자 (i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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