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장릉 인근 아파트, 건설사 개선안 문화적 가치 유지 못해"
[경향신문]
문화재위, 결정 보류…시뮬레이션 거쳐 내달 초 재논의
당국 허가 없이 건설하다 ‘왕릉 경관 훼손’ 비판 불거져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풍무동)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 내 아파트 건설에 관한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를 두고 위원회가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28일 알렸다. 아파트 건물이 장릉의 경관을 가린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세계문화유산 경관 훼손 비판 대상이 됐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당국의 허가 없이 건설된 인천 검단신도시(김포 풍무동) 아파트 안건을 다룬 문화재위원회 궁능분과와 세계유산분과의 제2차 합동 심의를 이날 오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하고 이같이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제안한 안(아파트 건설사 측 개선안)으로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추후 소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여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보류’됐다”고 알렸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열릴 소위원회에서는 단지별 시뮬레이션 등 보다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방건설·대광이엔씨·금성백조는 이달 초 문화재청에 제출한 개선안에서 문제가 된 높이·건축 면적은 언급하지 않고, 아파트 외벽 색상과 마감 재질 교체, 산책로 조성, 정자 등 옥외구조물 설치 등을 개선책으로 내놓았다.
문화재위원회는 이날 건설사들이 낸 개선안이 장릉의 역사·문화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봤으나 ‘철거’ 등 최종 결정은 유보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경관 각도 등 여러 기술적 사안을 두고 문화재청이 외부 업체에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그 결과가 11월 초쯤 나오면 다시 문화재위원회 분과 위원회를 소집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의 결과에 따라 ‘아파트 철거’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오면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하는 아파트 건설사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8월 문화재위원회는 3개 건설사의 아파트 건설안을 두고 “(장릉에서 바라볼 때) 건물 위쪽 일부가 조망돼 역사문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개선안을 내라고 했다. 문화재보호법 13조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는 해당 지정문화재의 역사적·예술적·학문적·경관적 가치와 그 주변 환경 및 그 밖에 문화재 보호에 필요한 사항 등을 고려하여 그 외곽경계로부터 500m 안으로 한다’고 돼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8일엔 건설사 3곳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공사 중지 명령도 내렸다.
공사 중지 명령을 받은 단지는 대방건설 에듀포레힐, 금성백조 예미지트리플에듀, 대광로제비앙아파트 3곳이다. 심의 대상에 오른 곳은 3개 아파트 44개동 중 19개동 약 3400가구다. 각각 735가구, 1417가구, 1249가구 규모로 대부분 20~25층 높이다. 문화재구역인 장릉 경계에서 213~395m 떨어졌다. 2019년 분양 절차가 완료됐고, 내년 6~9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장릉은 인조의 아버지 원종과 어머니 인헌왕후의 능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2009년 장릉을 포함한 한국 내 39개 왕릉을 두고 “조선왕릉이 자연, 우주와 어우러지는 조화가 특색이 있다”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아파트 건설이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아파트 철거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문화재청 잘못이라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해제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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