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적 활용·전두환과 다른 잣대..정치 논쟁된 '노태우 국가장' [노태우 국가장 논란]
[경향신문]
여당, 탈이념 성향 중도·무당층과 20·30대 고려해 조문
야당도 보수층 의식…정의당은 정부 장례위에 불참키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거행되는 것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남북화해의 기틀을 튼 주역이자 12·12 군사쿠데타와 5·18 학살 책임자라는 상반된 고인에 대한 평가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장을 결정한 후폭풍이다. 군사쿠데타와 5·18 학살 책임을 공유하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와 다른 잣대를 대는 것 역시 논란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가장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7일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치르되, 국립묘지에 안장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국가장 결정을 두고 “12·12사태와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과오와 직선제 선출 이후 북방정책,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국민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정무적 판단에 따른 일종의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행정안전부는 28일 지방자치단체 등의 조기 게양을 독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들이 조기를 게양하지 않기로 하는 등 국가장을 반대하는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여권의 대응도 ‘이중적’이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참배하지 않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7일 노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았다.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빛과 그림자가 있지만 결코 그 빛의 크기가 그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국가장 결정에 대해서는 “정부가 잘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여당의 대응은 선거에서 탈이념 성향의 중도·무당층, 20·30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던 19대 대선과 비교해 현재 진보층이 급감하고, 보수층은 늘어나고 있다”며 “가뜩이나 중도층 표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권 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 측근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의) 국민통합이나 북방정책에 대한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 같고, 장례는 국가장으로 하고 묘지는 국립묘지가 아닌 파주를 선택한 것은 일종의 절충안이 아닌가 한다”며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가족들이 가족장을 강하게 (요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국가장을 치르면 안 된다는 정부와 여당의 기준도 논란거리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국가장이나 심지어 국립묘지 안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 결정에 대해 “본인(노 전 대통령)이 용서를 구한다는 유언도 남겼고, 유족들이 그동안 5·18(묘역)도 찾아가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지난 27일 노 전 대통령 빈소를 조문한 뒤 “(전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치를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 결정이 전씨 사망 시 예우 논란으로 파급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선거를 의식한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야당 대선 주자들은 전날 줄줄이 노 전 대통령 빈소를 방문했다. 이들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과’보다 ‘공’에 찍혀 있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26일 “냉전이 끝나갈 무렵에 외교에 지평을 열어준 데 대해서 참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말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빈소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대북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게 한 분”이라며 “(그의 과오는) 고인에 대해 결례이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보수층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원회에서 “전두환씨는 민주주의의 기준이 아니다”라며 “전씨와 비교하면서 그는 다르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했다. 정의당은 노 전 대통령의 정부 장례위원회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윤태곤 더모아 분석실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선 주자들의 메시지가 너무 소략하다”며 “이래도 저래도 표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역사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선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곽희양·박광연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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