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노무사·김하나 변호사 "갑질 피해자가 원하는 설명 해주는 게 우리 역할"
[경향신문]
140명 노동법률 상담 활동…2019년 ‘금지법 제정’ 성과
“시즌2로 노조와 단체의 중간 형태 ‘온라인노조’ 계획 중”
직장갑질119가 출범 4주년을 맞는다. 2017년 11월1일 출범한 이 단체는 새로운 노동조합 운동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 만들었다. ‘일터 민주주의’를 원하지만, 어떻게 노조에 참여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노동자들을 온라인으로 규합하자는 뜻이었다. 노무사, 변호사, 활동가 등 노동법률 상담이 가능한 약 140명의 인원이 함께한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노동자들과 만난다. 지난 4년간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이뤄진 상담은 약 8만건이다. 네이버 밴드를 통한 상담은 5000건, 신원이 확인되는 e메일 상담은 1만5947건이었다. 총 10만건이 넘는 상담을 해온 것이다. 상담 활동 외에 관련 연구보고서 51건을 발표하고 설문조사도 25회 진행했다. 보도자료 210건을 작성하고 기자회견은 13회, 토론회는 8회 열었다. 대외 활동을 통해 단체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4년간의 활동으로 성과도 쌓였다.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됐다. 이달부터는 과태료 부과 의무 등 법의 실효성을 강화한 개정법이 실시됐다. 이제 시즌2를 준비한다. ‘온라인노조’ 설립 운동이다.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기존 노조 체계에 속하지 못한 이들을 품는 형태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시즌2는 온라인노조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스스로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경향신문사에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인 박성우 노무사(48)와 김하나 변호사(36)를 만났다. 박 노무사는 직장갑질119의 창립멤버다. 그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센터에서 20년 동안 일했다. 당시 사무실에는 종종 ‘저 민주노총 가입하고 싶은데요’라는 전화가 왔다. 박 노무사는 “민주노총은 개별 조합원은 안 받는다. 그런데 전화 주신 분들은 사업장 소속도 아닌 그냥 정말 ‘혼자’인 분들이었다”며 “이런 분들을 위한 노동자 조직에 대한 고민이 있던 차에 권두섭 변호사에게 새로운 방식의 노조를 고민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단체 내 최다 전화상담가다. 상담은 주로 업무시간 외에 이뤄진다. 김 변호사는 퇴근시간 시작한 전화상담을 집까지 들고 들어온 적도 있다. 대리운전을 하는 50대 여성과 통화 중이었다. 그는 남성 운전자들의 따돌림 등으로 힘들어하던 상담자가 김 변호사 집 안에서 들리는 아기 목소리를 듣고 ‘아기가 있나 봐요? 저도 손주가 있는데’라며 정겹게 얘기하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상담자들이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 박 노무사는 “상담자는 부당해고를 주장하지만, 법리적으로는 부당해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얘길 하면 화를 내신다”며 “친절함보다 상담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줄 조언이 없어 속상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상담한 경비 노동자 중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한 분이 있었다. 두 번 세 번 상담해도 해줄 말이 없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은 불법행위가 세면 형사적으로라도 접근하는데, 그게 아니라면 위로밖에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14일부터는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고도 조사를 하지 않거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최대 500만원, 사업주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경우에도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가능해진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도 처벌 조치가 없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보완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과태료 규정 신설은 고용노동부가 각 행위에 대해 개입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엄청난 변화”라고 했다.
시즌2로 계획 중인 온라인노조 운동에 대해 박 노무사는 “노동조합과 단체의 중간 형태 조직이었으면 한다”며 “열린 멤버십으로 누구나 쉽게 들어왔다 나갈 수 있는 모습으로 구상 중”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직장갑질로 자살까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며 “존재보다 직장이 우선일 수는 없다. 직장을 떠나도 바깥이 지옥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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