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장 관리해줄게요" 기초노령연금 빼돌린 양로원장 아들
노인들을 보살펴 준다는 양로원에서 노인들의 유일한 수입인 '기초노령연금'을 빼돌린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30명 넘게 피해를 본 걸로 파악됐습니다. 범인은 사회복지사인 이 양로원 원장의 아들이었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서울의 한 양로원입니다.
대부분 의지할 가족이 없는 노인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통장으로 들어오는 기초노령연금이 거의 유일한 수입입니다.
JTBC가 입수한 노인들의 통장거래내역입니다.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이 뭉텅이로 빠져 나갔습니다.
돈을 빼간 사람은 이 양로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원장의 아들 A씨였습니다.
돈 관리를 해주겠다며 통장 등을 받아간 뒤에 마음대로 뽑아간 겁니다.
[피해 노인 : 통장을 한 번도 안 보여줬어요. 궁금해도 '그거 뭐 하려고 그러느냐' 물을까 봐 얘기 안 했어요.]
이렇게 A씨의 말만 믿다가 노인 30여 명이 2억원 가량의 피해를 본 걸로 파악됐습니다.
양로원 원장은 아들의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양로원 원장 : 스트레스 받으니까 비트코인 이런 거 해서 손해도 본 것 같고. 자기 욕구를 풀 데가 없으니까. 저희가 잘못했죠. 다 갚았다고 하더라도, 용서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빼내 쓴 돈은 모두 되돌려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범행은 양로원 직원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알려졌습니다.
[B씨/양로원 직원 : 시설을 믿고 그래도 '내가 여기서 죽으러 왔는데, 마지막…' 죽으러 왔다는 소리를 하면서 오신 분들이거든요.]
그런데 경찰은 권익위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도 다섯 달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 노인들이나 A씨를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세상을 떠난 피해 노인도 있습니다.
[숨진 피해 노인의 가족 : 할머니 생각하면 속상하고. 사실 거기 찾아오시는 분들도 안 계세요. 저랑 저희 엄마가 유일하거든요. 그래서 거기를 더 믿었다고 해야 하나…]
수사가 늦어지면서 피해 노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C씨/양로원 직원 : 큰소리를 내지 못하세요. 여기에 문제가 생겨서 여기가 없어지면 또 오갈 데가 없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수사를 맡은 서울종로경찰서는 '돈을 변제한 것과 상관없이 수사할 것"이라며 "이 양로원과 관련된 다른 혐의도 수사 중이어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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