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철강의 도시, 문화의 도시로.. 포항서 클래식 즐기세요

2021. 10. 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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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출신으로 드레스덴국립음대서 수학
'기억의 시작' 제목달고 포항음악제 지휘
"음악과 만나 생긴 즐거운 기억 시작되길"
박유신 드레스덴 국립음대(에밀 로브너 사사)에서 수학했고, 야나체크 콩쿠르·드레스덴 음대 실내악 콩쿠르·브람스 콩쿠르 등에 입상한 바 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아카데미 단원을 역임했으며, 포항음악제 예술감독 외에 2019년부터 어텀실내악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예술감독·첼리스트 박유신-동해 바다로 모인 실내악

잠깐의 귀향이다. 하지만 고향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즐거운 '기억의 시작'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음악제의 제목도 '기억의 시작'으로 지었다. 첼리스트 박유신이 예술감독이 되어 포항시민들에게 처음으로 선사하는 포항음악제다.

△포항음악제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보고 좀 놀랐다. '철학(鐵學)문화도시 포항'이라. "철(鐵), 현을 켜고 뜨고 두드리며 철(鐵)은 강인하고 차갑지만 그 울림으로 우리 삶은 여유롭고 따뜻해진다"는 문구가 와 닿는다.

-포항은 제철 산업이 발달한 곳이고, 도시의 이미지도 이와 직결되어 있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도 이러한 도시이미지를 반영한 축제다. 그리고 철은 현악기에서 현을 구성하는 중요한 소재이지 않은가.

△포항에서 나고 자랐다. 음악을 공부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면?

-손에 꼽을 정도로 클래식 음악회가 드문 도시였다. 그래서 표시해두었다가 하나씩 관람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2009년에 정명화 선생이 포항시향과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협연한 공연이다.

△페스티벌에 대한 '좋은 추억'이 '좋은 축제'를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예전에 정명화가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시절에 나누었던 인터뷰에서 "1969년에 스폴레토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정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드레스덴 국립음대 재학 시절 은사 에밀 로브너 교수를 따라 드레스덴 인근에서 열린 쇼스타코비치 페스티벌, 카잘스 페스티벌 등에 참가하곤 했다. 그중 우트빌 페스티벌이 떠오르는데, '작은 마을'의 '작은 축제'였지만, 음악에 관한 '큰 경험'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주민들의 집에서 음악가들이 홈스테이를 했고, 나 역시 그 혜택을 받았다. 작은 옥탑방에 머물렀는데, 그 공간이 주는 아늑함,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주민들이 공연은 물론 마스터클래스까지 구경하며 음악과 축제의 분위기를 즐겼다.

△그런 추억을 토대로 포항음악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무엇을 선사하고 싶나?

-관객들을 위해 일단 다양한 음악들을 펼쳐놓았고, 그 음악들을 즐기기 바랄 뿐이다. 그래서 제목도 '기억의 시작'으로 지었다. 음악과 만나 생긴 즐거운 '기억'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

△예술감독과 인터뷰를 할 때, 곤란한 질문인지는 알지만 늘 하는 질문이 있다. 예술감독으로서 관객의 수요와 성향 등을 파악하고 있을 텐데, 포항음악제를 찾는 관객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공연을 꼽는다면?

-11월 5일 '탄생'이라 이름 붙인 개막 공연이다. 이승원의 지휘로 포항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카푸스틴(1937~2020)의 첼로 협주곡 2번(박유신 협연)과 제럴드 핀치(1901~1956)의 성악곡 '탄생의 날'(서선영 협연)을 한국 초연으로 선보인다. 카푸스틴의 음악에는 클래식과 재즈가 융화되어 있어 관객들에게 듣는 재미를 줄 수 있고, '탄생의 날'은 말 그대로 축제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선곡했다.

△두 초연곡이 있어서 흥미로운 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뷰 전에 서선영에게 곡에 대해 물어보니, 자신도 박 감독이 선곡해줘서 처음 공부하는 곡이라고 하더라. 나는 처음에 그녀가 선곡한 줄 알았다.

-사실 감독직이란 게 이렇게 힘든 것인 줄 몰랐다. 음악가 '섭외'가 무대 위에서의 '연주'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음악을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참 힘든 일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음악과 나의 애정 관계도 생각해보고 있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의 살림을 꾸리는 데에서 오는 보람이 있다면?

-연주가 무대를 '음악'으로 채우는 작업이라면, 페스티벌 감독은 '사람'으로 채우는 직업인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모으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고. 하지만 내가 선곡하고 꾸린 곡들이 타인의 연주에 의해 완성될 때의 감동은 연주 못지 않게 크다.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오르는 개막 공연을 제외하고 9개 공연이 실내악 중심이다.

-실내악의 매력은 다양성이다. 독주는 물론 피아노 듀오, 연가곡, 현악 4중주 등 다양한 구성의 음악이다. 내가 실내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러한 작은 구성들이 음악의 '기본'이자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성이 커지면 오케스트라가 되고, 오페라가 되는 게 아닌가.

△바닷가에 뿌린 음악의 씨가 음악의 숲을 일구길 바라는 마음으로 포항음악제도 성장하길 바란다. 철의 도시, 바다의 도시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의 시작을 토대로 본인이 꿈꾸는 페스티벌은 무엇인가?

-'휴식'을 위한 음악축제다. 이틀 내지 삼일 동안 바다와 함께 하면서 여유를 느끼는 동안 그들의 휴식에 음악을 더해주고 싶다. 바닷가의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음악축제를 만들고 싶다.

△예술감독은 음악축제를 통해 관객에게 음악과 휴식을 선사하고, 축제가 끝나면 예술감독은 어떻게 휴식을 가질 예정인가?

-쉴 틈이 없다.(웃음) 일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한 러시아 레퍼토리 중심의 음반이 나오고, 독일 하노버로 다음 음반을 준비하러 떠날 예정이다.

글=송현민(음악평론가·편집장)·사진= 포항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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