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姑息之計(고식지계)

이규화 2021. 10. 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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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 쉴 식, 갈 지, 셈할 계.

고식지계.

고식지계와 비슷한 의미의 미봉책(彌縫策)도 있다.

검찰은 고식지계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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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 쉴 식, 갈 지, 셈할 계. 고식지계. 잠시 곤란함을 피하는 계책을 뜻한다. 당장의 편안함을 좇다 근본책을 놓치는 상황을 의미한다. 임시변통, 임시방편의 계책과 비슷한 말이다. 고는 시어머니, 식은 어린아이라는 뜻도 있어 '아녀자가 꾸미는 계책 정도'라고 폄하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인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눈앞의 편안함만을 추구한다는 인순고식(因循姑息)과도 상통한다.

고식(姑息)이란 말은 '예기(禮記)' 단궁편(檀弓篇)에 나온다. 공자(孔子)의 제자 증자(曾子)가 이르길, "군자는 덕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소인은 고식으로 사람을 사랑한다"(君子之愛人也以德 細人之愛人也以姑息)고 했다. 덕으로 사랑하는 군자의 사랑은 오래가고 눈앞의 이익 때문에 사랑하는 소인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식지계와 비슷한 의미의 미봉책(彌縫策)도 있다. 뉘앙스는 좀 다르다. 실로 꿰매는 방책이란 뜻으로 근본책은 아니지만 임시변통으로서 일시적 효용은 있다는 의미다. 춘추시대 주나라 한왕과 제후국 정나라 장공이 전쟁을 벌였다. 한왕이 화살을 맞고 퇴각하자 장공의 신하가 추격하자고 했다. 장공은 "본래 나라를 지키려고 전쟁을 치렀으니 나라가 안전하다면 그걸로 족하다"며 뿌리쳤다. 이때 장공이 쓴 전법이 오승미봉(伍承彌縫)책이라고 한다. 여기서 미봉책이 유래했는데, 헤진 옷을 기워 입듯 일시적 계책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봉책은 한두 번이야 괜찮지 자꾸 쓰면 가치가 떨어진다. 근본책이 필요하다. 우리 속담에 '언발에 오줌누기' '눈가리고 아웅하기'와 같은 대처법은 결코 항구지책이 못 된다. 면피용이다. 근본적 해법을 찾지 않고 방치했다가 되로 받을 것을 말로 받아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을 수사하면서 갈수록 비상식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사도 뒤늦게 착수하더니 핵심 증거가 있을 수 있는 성남시장실 압수수색은 계속 미루다 다섯 번째 압수수색 때 포함시켰다고 한다. 의혹의 핵심인 유동규의 배임 혐의는 기소하면서 빼버렸다. 이재명 지사로 수사 칼날이 향하지 않게 하려는 노력으로 비친다. 그렇다고 의혹이 묻힐 리 없다. 검찰은 고식지계를 멈춰야 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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