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빌딩에 꽂힌 거장.. "기하학적으로 흥미"
삼청동 국제갤러리 30여 점 전시
오피스텔 형상 '인천, 타워..' 주목
"건축학적으론 대단하지 않지만..
해외 방문객은 특이하다 느낄 것"
대표 作 '걷기' 연작도 감상 가능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세계적 사랑을 받아온 영국 런던 출신 현대미술가 줄리안 오피. 한국에서 개인전을 가질 때마다 한국을 소재로 신작을 선보여온 그가 이번엔 인천의 오피스텔 건물들에 꽂혔다.
줄리안 오피가 2018년 부산 전시 이후 3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고 신작들을 선보인다.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국제갤러리에서다. 그간 국제갤러리에서 열었던 개인전 중에서 가장 대규모 전시로, 국제갤러리의 2개 전시장(K2, K3)과 야외 정원에 약 30점이 설치됐다.
줄리안 오피는 걸어가는 사람들을 특유의 굵은 선으로 단순화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국내에선 2009년 서울역에서 내리면 보였던 서울스퀘어 빌딩 외벽을 걷는 사람들로 변신시킨 미디어 작품으로 대중에게 친숙하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작품은 나머지 작품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유일한 작품, 바로 ‘인천, 타워 2208’이다. 굵은 곡선이 직관적으로 눈에 먼저 들어오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인천, 타워 2208’은 하늘로 뻗은 직선, 그 직선들이 철저히 직각으로만 만나 네모 반듯한 작품이다. 기둥을 둘러싼 네 개 면에는 철저히 규칙적으로 배열된 수많은 작은 사각 형태가 자리 잡고 있다. 개수를 세어보기에도 까마득한 느낌이 든다. 한옥 문짝의 전통 창살이 연상되기도 하는 이 작품은 인천의 무명 건물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알루미늄 스틸 소재 조각 작품이다.
그는 3년 전 한국에서의 개인전을 기념해 서울 사당역에서 관찰한 행인들의 모습을 모티브로 ‘워킹 인 사당동 인 더 레인’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도 전시가 열리는 한국을 소재로 작품을 구상하려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이 묶인 탓에 구글어스로 인천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이때 그의 눈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빽빽이 들어선 오피스텔 건물이었다는 것이다.
갤러리 관계자는 “오피가 예전에 한국 방문했을 때, 도시 중심부터 외곽까지 펼쳐진 기하학적인 모양의 아파트 건물들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며 “그 속에서도 각자 다른 디테일을 가지고 있는 건물들의 외관을 평소 존경하는 작가 솔 르윗, 조세프 알버스 등을 연상시키는 추상적인 선들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전시장에서는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걷기 연작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거리를 걷는 인파를 보다가 영감을 얻어 2002년부터 걷기 연작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K2 전시관의 1층에는 런던 동쪽 작업실 근처에서 겨울 옷으로 무장한 채 길을 헤쳐가는 이들의 모습을 포착해 알루미늄 조각, LED사용 영상, 라이트박스 등에 나타낸 사람들로 채워졌다. K2 전시관 2층에서는 사슴, 수탉, 강아지 등 동물 소재 작품들이 모여있다. K3 전시관에는 런던 고딕 건축물 조각이 세워져 있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 가상의 도시 풍경을 이룬다. 첨탑이 뾰족한 런던의 고딕 양식 건축물과 한국 건축물도 대비를 이룬다. 전시장을 둘러보는 시간은 줄리안 오피가 특징적으로 요약해낸 지구를 여행하는 시간이 된다.
다음달 28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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