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헌적 사법농단' 눈감은 헌재의 각하 결정, 유감스럽다

한겨레 2021. 10. 28. 18: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사법농단'에 연루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를 28일 각하했다.

임 전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일하던 2015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해 판결 이유를 수정하도록 지시하는 등 여러 건의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 각하 결정이 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발언을 하는 이는 이태호 4.16연대 상임집행위원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사법농단’에 연루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를 28일 각하했다. 임 전 판사가 이미 임기 만료로 퇴직했기 때문에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 심판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다 . 이 사건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법관 탄핵 소추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으나 , 헌재는 임 전 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가 ‘ 법관의 독립성 ’ 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은 채 각하 처리했다 .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 에 대한 ‘헌법적 단죄 ’를 기대해온 국민들 입장에선 몹시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임 전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일하던 2015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해 판결 이유를 수정하도록 지시하는 등 여러 건의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1·2심 모두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 전 판사에게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으니 직권 남용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다분히 형식적인 법 논리를 내세웠다. 사법농단에 연루돼 기소된 법관 대다수가 같은 논리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식 판결로 사법농단에 대한 단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헌재가 탄핵 심판을 통해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확인해주리라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이런 기대와 달리 헌법재판관 다수가 사법농단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각하 의견을 낸 것은 헌법 수호 기관으로서의 소임을 외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다만, 9명의 재판관 중 3명이 임 전 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에 대해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규정한 것은, 비록 소수 의견이라 하더라도 의미가 있다. ‘탄핵 인용’ 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은 “(임 전 판사가) 이미 퇴직했더라도 헌법 질서 회복과 수호 차원에서 강력한 경고와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탄핵 심판에서까지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재판 독립 침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용인하게 된다”고 밝혔다. 사법농단에 대해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해온 법원이 귀 담아 들어야 할 지적이다.

법원 수뇌부가 재판을 정치권력과의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재판 개입을 일삼은 사법농단은 헌법을 유린하고 법원의 신뢰를 통째로 허문 중대한 범죄다. 법원은 헌재의 소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법농단 연루자들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단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