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과 '이건희 컬렉션' 보러 광양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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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물이 흐를 듯한 전남 광양의 가을 하늘을 이고 걸음을 옮긴다.
사람 키만큼 자란 코스모스 꽃 무리가 하늘거리는 서천 냇가의 풍경이 싱그럽다.
푸른빛 톤을 배경에 깔고 맑고 투명한 남도 풍경을 담은 오지호의 소품들과 석채와 분채 등 전통 안료를 화폭에 부리며 꽃과 바다, 물고기의 형상과 색조에 어린 신비한 생명력을 붓질로 표현한 천경자의 1970년대 초반 그림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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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판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김은호·김환기 작품 등 선봬
'세한도' 찾아온 서예대가 손재형·러시아 작가그룹 'AES+F' 전시도
푸른 물이 흐를 듯한 전남 광양의 가을 하늘을 이고 걸음을 옮긴다. 사람 키만큼 자란 코스모스 꽃 무리가 하늘거리는 서천 냇가의 풍경이 싱그럽다. 산책하는 이들 얼굴에도 가을꽃이 피었다. 이런 정취를 누리며 서천 길 따라 남쪽으로 가면 공항 청사처럼 생긴 사다리꼴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지난 3월 옛 광양역 자리에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 지난 9월 초부터 국내외 미술계가 주목하는 명품과 논쟁적 작품들을 세 전시실에 꾸려놓고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첫번째 방에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집했다가 지난 4월 유족이 기증한 대가의 그림 컬렉션 21점이 내걸렸다. 남도판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11월7일까지)이다. 십자 구도 화면에 노랑, 빨강, 초록의 색채가 들어간 반원들을 결합한 김환기의 1970년 작 <무제>로 시작해서 광목에 야성적 필치로 그린 박대성 작가의 1988년 작 제주 일출봉 그림으로 마무리되는 구성이다. 푸른빛 톤을 배경에 깔고 맑고 투명한 남도 풍경을 담은 오지호의 소품들과 석채와 분채 등 전통 안료를 화폭에 부리며 꽃과 바다, 물고기의 형상과 색조에 어린 신비한 생명력을 붓질로 표현한 천경자의 1970년대 초반 그림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일제강점기 채색화의 대가였던 김은호가 세필로 그린 금강산 실경 그림들도 보기 어려웠던 대작이다.
두번째 방에는 추사 김정희의 명작 <세한도>를 일본에서 되찾아온 서예 대가 손재형(1902~1981)이 평생 쓴 글씨 작품들과 문인화 등을 담은 기획전(11월7일까지)이 들어섰다. <세한도>의 인연에 얽힌 컬렉션이 눈길을 끈다. 그에게 <세한도>를 넘겨준 일본 학자 후지쓰카 지카시가 추사의 실물 도장까지 찍은 <세한도>의 영인본과, 위창 오세창이 <세한도> 환수를 기념해 쓴 글씨 등이 나왔다. 전서에 바탕한 손재형의 작가적 개성을 내뿜는 한글 서예의 걸작인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 탁본(1956)의 전모도 구경할 수 있다.
세번째 방에는 세계 현대미술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러시아의 4인조 작가 그룹 ‘에이이에스플러스에프’(AES+F)의 문명 비판적인 사진·조형물·영상물로 꾸려진 국내 첫 소개전(12월26일까지)이 열린다. ‘길 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라는 제목이 붙었다. 디지털 가상 이미지를 활용해 서양 미술사의 역사적 도상들을 지금 세상의 이미지들과 자유자재로 조합하면서 현재 세계의 시사 이슈들에 대해 발언해온 스타 예술가들의 작업 내력을 풀어낸다. 기존 세상의 질서가 역전되거나 혼선을 빚는 가상세계의 합성 이미지들을 보여주는 연작인 <뒤집힌 세상> <신성한 우화>와 선악이 구분되지 않는 캐릭터의 시대를 풍자한 조형물 연작 <천사-악마>, 푸치니의 오페라를 소재로 만든 가상 영상물 <투란도트 2070>이 등장한다. 여신의 손길이 알몸 남성의 몸을 결박하고 통제하는 장면들을 통해 남성우월적 세계를 우아하게 전복하는 이 36분짜리 영상물은 꼭 봐야 하는 이번 전시의 고갱이다.
광양/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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