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제인'의 실체

한겨레 2021. 10. 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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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이름은 오노라 켈리였다.

이름을 제인 토팬으로 바꾸었다.

'유쾌한 제인'이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 보기에는 오래 앓던 병자가 유쾌한 제인의 극진한 돌봄을 받다가 수명이 다해 세상을 떠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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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다][나는 역사다] 제인 토팬 (1854~1938)

어릴 때 이름은 오노라 켈리였다. 아일랜드계 미국 이민자 집안이었다. 어린 시절은 불행했다. 어머니가 일찍 숨지자 알코올 중독이던 아버지는 자식들을 보육원에 떠넘기고 사라졌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마치 불우한 가정사가 범죄의 원인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불행을 이겨내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지적해두자.

아무려나 오노라 켈리는 토팬 집안에 하녀로 들어갔다. 이름을 제인 토팬으로 바꾸었다. 훗날 아픈 사람을 돌보는 간호사로 일했다. 늘 활기찬 그를 동료들은 “졸리 제인”이라 불렀다. ‘유쾌한 제인’이라는 뜻이다. 환자들도 그에게 깊이 의존했다고 한다. 그는 한때의 불행을 딛고 훌륭한 어른이 된 것일까? 아니었다. 그의 정체는 살인자였다.

쾌락 살인. 자기 즐거우려고 사람을 죽였다. 많이도 죽였다. 환자를 돌보는 일을 시작한 까닭도 희생자를 손쉽게 구하기 위해서였다. 돌보던 환자에게 모르핀과 아트로핀 등 약물을 실험하고 죽였다. 그런데도 들키지 않았다. 다른 사람 보기에는 오래 앓던 병자가 유쾌한 제인의 극진한 돌봄을 받다가 수명이 다해 세상을 떠난 것만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대범해졌다. 자신감이 지나쳤을까. 1901년에 데이비스 집안의 가족 4명을 살해한 일은 의심을 샀다. 유족들의 요청으로 수사가 이루어졌고 질병이 아니라 독극물 때문에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제인 토팬은 10월29일 체포되었다. 핼러윈을 이틀 남긴 날이었다.

몇명이나 죽였을까? 알 수 없다. 토팬은 서른한명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자백했다. 셈하기에 따라서는 100명 넘게 죽인 것 같다고도 한다. 사형당하는 사람이 많던 시대인데도 제인 토팬은 사형을 면했다. 정신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수용시설에 갇혀 서른여섯해를 보내고 세상을 떠났다.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되고 싶었다”던 제인 토팬. 물론 그보다 많이 죽인 살인자도 적지 않다. 2000년에 체포된 영국의 해럴드 시프먼은 215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는 지역 사회에서 존경받던 의사였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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